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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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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있던 사람과 들어온 사람-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 기사입력 : 2020-02-26 2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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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는 오래전 이 마을로 시집을 왔고, B는 귀촌을 했다. A주변에는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지역에 봉사를 해 왔다. B는 문화생활을 원하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특유의 총명함으로 회원들의 신임을 얻어 공동체가 탄탄하게 영글어질 수 있도록 헌신했다. ‘원래 있던 사람’ A와 ‘들어온 사람’ B는 잘 지내다가 가끔 의견 대립을 일으키곤 하는데 대부분 ‘원래 있던 사람’의 ‘들어온 사람’에 대한 인식 결여, ‘들어온 사람’의 ‘원래 있던 사람’에 대한 정서적 이해 부족,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이다.

    차이를 좁히고 노력해서 ‘들어온 사람’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원래 있던 사람’의 정서를 존중하여 둘의 접점을 찾으면 좋을 텐데, 사실 대대손손 터를 일구고 살아오던 사람이 내 구역에 살러 들어온 사람을 쉽게 포용하기는 쉽지 않다. 생각해 보면 원래 살던 사람도 결국 어딘가에서 조금 더 일찍 들어왔을 뿐이다. 그냥 내가 보기엔 둘 다 같은 ‘동네 사람’인데 말이다.

    공동체를 바르게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마인드다. 사람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간다. 타인과의 애착으로 단단히 연결된 좋은 관계는 육체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해준다.

    자신이 의지할 친구, 가족, 이웃공동체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고독감을 덜 느끼고, 기억력을 쉽게 잃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늙는 두려움이 없이, 몸의 고통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시에는 공론장이 많아서 좀 나은데 농촌은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어서 어렵다.

    농촌지역일수록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면 부딪힐 일도 줄어든다고 본다. 자주 봐야 서로를 알 수 있고 자꾸 마주치려면 다양한 장치(친목단체, 공간, 취미 프로그램)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공동체라도 그 기반이 탄탄하고 구성원들의 삶이 활기차면 인구 소멸, 마을 소멸 같은 문제들도 다소 해결될 것이다.

    점점 사람이 귀한 시대이다. 생각해 보면 떠나지 않고 내 주변에 아직 있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가.

    임현숙(창녕 갤러리DM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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