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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9) 제25화 부흥시대 89

“네. 세숫물 떠 놓을게요.”

  • 기사입력 : 2020-02-26 0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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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후. 저도 요정이 싫어요.”

    “계월이는 가족이 있어?”

    계월이 기생이 된 것은 무엇인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전쟁이 많은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어떤 사람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다.

    “없어요. 평양에서 피란을 왔는데 다 죽었어요.”

    “어떻게?”

    “1·4후퇴 때 동두천에서 포탄이 떨어져….”

    계월이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했다. 계월이 울자 이재영은 안쓰러웠다.

    “울지 마라. 내가 너를 거두어 주마.”

    “그럼 학교에도 보내주실래요?”

    “학교?”

    “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싶어요.”

    “계월이 원하면 보내주지. 일어나자. 오늘 바쁠 것 같다.”

    “네. 세숫물 떠 놓을게요.”

    계월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날은 이미 화창하게 밝아 있었다.

    밀양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충주를 향해 출발했다. 신작로로 계속 달렸으나 자갈길이라 엉덩이가 아팠다. 곳곳에서 군인들이 길을 닦고 있었다. 군인들은 전쟁을 하랴 길을 닦으랴 바빴다.

    가을 아침이다. 차창으로 단풍이 든 산과 들이 지나갔다.

    충주에는 오후 한 시에야 도착했다. 이철규는 이미 제사공장 앞에 와 있었다.

    제사공장은 충주 봉방천에 있었다. 공장 앞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재영은 이철규를 따로 불러 박불출의 제안을 설명했다.

    “화폐개혁도 있으니까 인수를 해야지요. 박불출이 욕심이 많네요.”

    이철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사공장과 비료공장이 괜찮을까?”

    “제사공장은 대단하지 않지만 비료공장은 국영회사가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비료생산이 쌀 생산을 좌우하게 될 테니까요. 앞으로 농림부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왜?”

    “비료공장은 농민들에게 비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농림부에 납품하면 농림부가 비료를 농민들에게 공급하게 될 겁니다.”

    “왜 농림부가 비료를 공급하지?”

    “농민들은 비료를 살 돈이 없습니다.”

    “그렇군. 공장으로 들어가지.”

    “예.”

    이재영은 이철규와 박불출을 따라 공장으로 들어갔다.

    제사공장은 누에고치를 따뜻한 물속에 넣고 실을 뽑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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