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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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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비방의 이중성- 김서준(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2-20 2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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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작년 여름, 알고 지내던 동생 K군이 민사사건에 피소됐다며 급히 상담을 요청했다. K군은 모 아프리카 BJ의 방송에서 채팅창에 ‘빨갱이’라고 했는데, 그 BJ가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K군은 소장을 받고 상대방 변호사 측에 연락했는데, 200만원 이하로는 합의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남을 비방하는 일은 인류의 전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다. 사람은 상호 교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가치관이나 이해관계가 다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서로 비난하기도 하는 것이다. 혹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 뒷담화를 하면 가슴속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기도 한다. 누구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는 없으므로, 싫은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반대로 욕설을 듣는 입장에서는 또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그저 생각이나 입장이 조금 다를 뿐인데 이렇게 비난을 들어야 하나 싶기도 할 것이며,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만약 자신이 널리 알려진 공인이라면 비난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나를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나에 대해 나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정답은 없다. 비방이나 욕설이 떳떳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좋은 말만 하고 살겠는가. 다만 두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하나는 말은 칼과 같아서 타인을 찌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은 돌고 도는 법이어서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결국 조심해서 적당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K군의 경솔했던 발언에 대해서 나름대로 변명을 해 주었다. 해당 아프리카 BJ는 정치적 견해를 피력해 수입을 얻는 방송인으로서, ‘빨갱이’ 정도의 경미한 비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수해야 하는 수인한도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므로,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의 결과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김서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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