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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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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특별구급대, 못 살리던 생명도 구한다

시범시행 석 달, 어떤 일 했나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83건 출동
강심제 투여 등 처치 항목 7개 늘어

  • 기사입력 : 2020-02-19 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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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31일 오전 9시 41분, 창원시 의창구 상남동 자택에서 가슴통증을 호소하던 A(55)씨가 쓰러졌다는 배우자의 신고가 들어왔다.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응급대원들은 안방에 심정지 호흡 양상을 보이던 A씨에 곧바로 맥박과 심전도 리듬을 체크, 전기 충격을 시행하면서 영상통화로 상황실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의료지도를 받으며 약물투여를 준비했다. 정맥로를 확보한 뒤 에피네프린(강심제)을 투약했다. 이 환자는 현장에서 의식과 호흡, 맥박이 돌아왔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3시께 창원시 성산구 완암동의 여성 B(60)씨가 왼 손가락이 벌에 쏘여 얼굴이 붓고 구토 증상이 있다는 보호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B씨의 얼굴은 창백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혈압이 60까지 떨어지며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을 보였다. 대원들은 영상 의료지도를 통해 수액을 투여하는 동시에 허벅지에 근육주사인 에프네프린을 놓았다. 이 환자는 병원 도착할 무렵 혈압이 정상범위로 올라왔다.

    #지난 1월 15일 오후 6시 5분께 창녕군의 한 도로에서 80대 여성 C씨가 쓰러졌다는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흉부압박과 제세동기를 사용해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특별구급대가 도착해 기도 확보와 약물투여를 실시했다. 10여분 후 환자는 호흡양상을 보이면서 맥박이 다시 뛰었고 동공 반응도 보였다. 창원의 2차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하면서 특별구급대 2명이 탑승해 병원에 인계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경남을 비롯한 소방청 3권역(부산울산)에서 구조대원들의 현장응급처치범위를 확대한 ‘특별구급대’가 시범적으로 시행,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처치들을 실시하면서 도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산하 특별구급대가 구급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창원소방본부/
    창원소방본부 산하 특별구급대가 구급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창원소방본부/

    도내에는 경남소방본부, 창원소방본부 산하 21개 소방서당 1개의 구급대를 특별구급대로 지정해 모두 21개 특별구급대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 교육을 이수하고 1급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자격이 있는 구급대원들이 팀이 돼 상황실에 상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영상 의료지도 하에 기존보다 늘어난 처치를 실시하고 있다. △심장질환 의심환자에 대한 12유도 심전도 측정 △응급분만 시 탯줄 결찰 및 절단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진통제 △아나필락시스 환자에 강심제 투여 △심정지 환자 심폐소생술 시 강심제 투여 △산소포화도·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 △간이측정기를 이용한 혈당 측정 등 총 7개 항목이다. 지난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석 달간 경남소방본부 553건, 창원소방본부는 130건 출동했다.

    현장의 특별구급대원들은 심정지나 쇼크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보다 능동적 처치가 가능해져 소생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창원소방서 정봉규 소방장은 “벌쏘임 알러지의 경우 기도가 붓고 혈관이 확장돼 수 분 내에 강심제 투여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동료를 잃은 적도 있어 빠른 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며 “13~14년간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심정지를 많이 접해 왔는데, 전처럼 아무 조치도 못하고 이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약물투여를 할 수 있게 돼 환자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밝혔다.

    심정지 상황에서도 이송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강심제를 투여함으로써 소생을 돕고 있으나 처치 가능 범위를 전 구급대로 늘리고, 처치 가능 약물도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아직 소방서 1곳당 1개 구급대만 특별구급대로 지정되다보니 다른 곳에 출동하다 이미 일반 구급대가 처치를 마친 경우 그냥 돌아가기도 하는 실정이고, 시행 초기라 출동 대비 소생이 많지는 않다”고 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제세동에도 심정지 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미국심장협회 전문심장소생술에도 나와 있는 아미오다론이라는 항부정맥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데 아직 이 약물의 투여가 불가한데, 투여 범위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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