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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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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74) 제25화 부흥시대 84

“자금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 기사입력 : 2020-02-19 0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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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박불출의 제안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음흉한 거래를 하기 위해 뱃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이었다. 은행은 반공일이라 오전에만 근무한다.

    박불출은 은행장이라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미 동양은행을 사유화하고 있었다. 은행의 중요 직책에 친척들을 끌어다가 앉히고 은행 돈을 자기 돈처럼 쓰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지 않을까요?”

    “전쟁이 끝나기 전에 처분해야지요.”

    이재영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박불출이 불을 붙여주었다. 박불출은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사라고 권하고 있었다. 이재영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제안은 남의 회사를 강탈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회장님께서 관심이 없으시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입니다.”

    “회사 임원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재영은 망설였다. 그가 미끼를 던진다고 덥석 물을 수는 없었다.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넘기라고 하는 것을 회장님하고 관계도 있고 해서 제가 권해드리는 겁니다.”

    “조건은 무엇입니까?”

    “회사 세 개를 헐값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제게 주십시오.”

    박불출이 회사 하나를 삼키려고 하는구나. 그는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회사들입니까?”

    “충주 제사공장과 경기도 광주의 고무신 공장, 이천의 비료공장입니다.”

    회사들은 엄청 큰 규모의 공장이었다.

    “자금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헐값입니다. 은행에서 대출도 해드리겠습니다.”

    박불출은 공장 하나를 삼키기 위해 은행 대출도 기꺼이 해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좋습니다.”

    이재영은 결단을 내렸다. 이재영이 인수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인수하게 될 것이다. 박불출은 고무신 공장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이재영이 인수하고, 다음에 박불출의 아들에게 매각하는 형식이었다.

    “충주 제사공장과 이천 비료공장을 둘러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오후에 가시지요.”

    “그렇게 서둘러?”

    “쇠뿔은 단숨에 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뱃놀이를 하다가 차를 타고 충주로 가면 됩니다. 충주에 수안보 온천이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온천에서 주무시고 내일 공장을 둘러보면 됩니다. 기생들 보고 극진하게 모시라고 하겠습니다.”

    박불출은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 분명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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