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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불로장생의 꿈-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0-02-17 20: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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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졌던 사람들이 갖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수명 말이다.

    16개로 나뉜 중국을 통일하고 최초로 황제에 등극한 진시황제는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조 초기인 우르 제1왕조의 전설적인 왕인 길가메시도 그랬다.

    어느날 친한 친구의 죽음을 본 길가메시는 끔찍한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은 결코 죽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우주의 끝으로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알기 위해 불사의 존재를 찾아 나섰으나 진시황제처럼 실패했다.

    여행이 끝난 후 길가메시는 신들이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필연적으로 정했으며 인간은 그 숙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대 후기 이전까지만 해도 ‘죽음=숙명’은 절대적인 진리였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는 것은 신이 그렇게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질병, 노화 같은 기술적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 실패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 죽음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담론을 통해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처음엔 인간의 병을 고치고 목숨을 조금 더 연장시키기 위해 시작됐으나 첨단과학을 등에 업고 인간이 영원히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불사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구글이다. 2013년 구글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생명공학 계열사 칼리코를 설립했다.

    이 기업은 매년 막대한 연구비로 인간 노화의 원인을 밝혀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애플, 페이스북, IBM 등 IT 공룡들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해 IT·바이오 기술을 융합하는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암, 심혈관계 질병,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과 불치병 치료를 위해 연구개발을 하는 기존 의료기업과 달리 유전자 조작을 통해 노화 자체를 막는 근본적 해결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런 시도와 별개로 인간 수명은 소득수준 향상과 의학기술 발달에 의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60년 52.4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에는 71.4세, 2018년에는 82.7세로 증가했다.

    특히 소득수준 향상은 수명 연장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인구의 기대수명은 85.1세, 건강수명은 72.2세였고, 소득 하위 20% 인구의 기대수명은 78.6세, 건강수명은 60.9세였다.

    고소득층은 저소득층보다 기대수명은 6년, 건강수명은 11년이나 길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등 건강관리만 잘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앞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뭘 하며 먹고사느냐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두렵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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