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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단 한 명의 국민도 지키겠다”는 말이 듣고 싶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2-11 2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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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집단으로 발병한 이후 11일 현재 중국과 홍콩, 필리핀에서 1000여 명이 사망하고 28개국에서 4만2000여 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사실상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각국에서는 확산속도가 빠른 감염성 바이러스이다 보니 전염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도 사태가 여의치 않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비난을 넘어 정권 유지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발생을 폭로했던 의사 리원량에게 강압적으로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게 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해 국가적 대재앙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더구나 리원량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34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불길에 기름을 부은 듯이 반(反)시진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가 SNS 검열을 강화하는 등 여론 통제를 지시하면서 국민들은 지나친 정보통제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체제가 쉽게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상당한 내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서 국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외에 3번의 감염성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는 신종플루(H1N1), 2015년 박근혜정부 시절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노무현 정부는 위기관리센터를 출범시키고 총력을 기울인 결과 사망자 없이 단 3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데 그쳤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8273명이 감염되고 775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국내는 무사하게 지나갔다. 이명박 정부 때는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76만명이 감염되고 263명이 사망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메르스 발병으로 186명의 확진자와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7년 동안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족과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 등 수많은 문제점 앞에 불안에 떨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감염병 특성상 초기에 과감한 선제 조치 등을 취해야 하지만 중국 눈치 보기 등 정치적인 고려로 논란을 낳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창궐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확산 속도는 빠르고 넓어지고 있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감염공포는 물론 생업마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세 번의 감염성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학습효과를 얻어 자기 몸을 지키려는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의 행태는 달라진 게 없다. 여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처에 대해 ‘잘했니, 못했니’ 정쟁(政爭) 공방만 벌이고, 온통 4월 총선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도 리원양의 죽음이후 무섭게 달라진 민심을 의식해 떠밀리듯 감염병 현장을 방문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할 일은 단 하나, ‘어떤 일이 있어도 감염병으로부터 단 한 명의 국민도 지켜내겠다’는 진정성 담긴 행동이다. 그게 할 일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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