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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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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위암은 결코 건강한 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이종철(창원시보건소장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0-02-10 2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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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전 선배 의사 한 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일이 있었다. 수년에 걸쳐 기관지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었던 이 선배는 기관지 약에 동반되는 속쓰림을 없애기 위해 제산제를 상용하고 있었으며, 검사 소견은 만성 위염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우연히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마주친 그 선배에게 “위내시경 검사를 한 지가 1년이 지났는데요…?”라며 다시 검사받을 것을 권했다. 재검사 결과는 약 3~4cm가 푹 파인 진행성 위암이었다. 그 정도 중증이라면 1년 전 검사에서 내가 오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상당 기간 우울한 심정을 떨칠 수 없었다.

    한참 뒤 그 선배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도쿄의 모 대학병원에서도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돼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결과는 조기 위암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위궤양이 위암과 겹쳐 깊게 패어 중증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람의 위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화된다. 우리가 먹는 짜고 탄 자극적인 음식, 술, 담배 등 기호품, 매일매일 받는 스트레스, 장기적인 약물 복용, 헬리코박터 감염 등에 의해 위도 노화가 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인의 암발생률 1위인 위암, 결코 건강한 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부단한 자극에 의해 위 점막이 서서히 변화되며 이런 과정에서 위암이 생긴다.

    요즘 위내시경은 이렇게 변성되어 위암이 생기기 직전의 상태까지 찾아 추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즉 아무 증상 없는 위점막의 변형 등 위 내부의 변화과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위암은 위내시경으로 충분히 조기 진단되며, 완치가 가능하다. 암세포가 위점막이나 점막 아래층까지만 침범한 조기 위암의 경우, 위암 부위를 잘라내는 위절제수술로 95% 완치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시경에 의한 점막박리에 의한 점막절제술로 위 기능을 그대로 보존한 채 위암 치료가 가능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위암으로부터 위를 지키는 길은 위암이 빈발하는 40대부터는 위에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첩경이다.

    이종철(창원시보건소장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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