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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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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창원 강변여과수 2단계 사업 1심 판결문 살펴보니

“업체 사전조사 부실·설계 오류로 취수량·수질기준 미충족”
시, 6개 업체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
법원, 취수정 미가동 ‘시설 하자’ 판단

  • 기사입력 : 2020-02-05 2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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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강변여과수 2단계사업 후 취수량·수질기준 미충족으로 일부 취수정이 가동되지 않은 책임이 설계·감리업체의 사전조사 부실과 설계상 오류 탓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민사4부(최진숙 부장판사)는 지난 1월 30일 창원시가 강변여과수 2단계사업 설계·시공·감리를 담당한 6개 업체를 상대로 낸 1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개 설계·감리사가 창원시에 15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본지가 앞서 지난 2017년 6월~2018년 12월 강변여과수 2단계사업 취수정 미가동 사태와 관련해 보도했던 내용에 대해 법원은 창원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확보한 판결문을 분석해 쟁점을 정리했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낙동강변에 있는 강변여과수 2단계 사업 취수정./경남신문DB/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낙동강변에 있는 강변여과수 2단계 사업 취수정./경남신문DB/

    ◇취수량 부족·수질 기준 부적합은 ‘하자’= 2013년 2월 종합 시운전 결과 당시 1호정 1만5600t/1일, 2호정 1만7100t/1일, 3호정 1만1300t/1일, 4호정 5300t/1일, 5호정 2만6600t/1일이 취수됐지만 같은 해 3월 준공 승인을 했다. 창원시는 개별 취수량 불충족(3·4호정), 기준치 이상의 비소 검출(4호정), 증발잔류물 과다(2·3호정) 등을 이유로 2·3·4호정을 준공 직후부터 쭉 가동하지 않았다. 3개 취수정 미가동이 시설 하자 때문이라고 보고 2016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창원시는 과업지시서와 시방서 등에 취수정 1개당 하루 1만5000t 이상의 먹는 물이 취수돼야 한다고 명시해 취수용량 부족과 수질기준 부적합 문제는 시설 하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설계·감리업체는 입찰공고문과 현장설명서 등을 근거로 전체 취수정(5개)에서 하루 총량 6만3000t을 취수하면 되고 수질도 원수 수질기준을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하자가 아니라고 밝혀 공방을 이어왔다.

    양측의 다툼에 대해 재판부는 취수량·수질기준이 충족되지 못한 것은 ‘하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목시방서에는 취수정 1만5000t/일*공X5공이라고 돼 있고 실시설계보고서에는 ‘총5개소(Q=8만t/일)의 방사형을 개발함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됨. 방사형집수정(Q=1만6000t/일X5개공)으로 설계에 적용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면서 “이에 비춰 집수정 1공당 1만5000t씩 총 4대를 산정했고 정수장 내 손실 등을 감안, 일 6만3000t의 용량을 계산해 설계하면서 집수정 가동중단 사태에 대비한 예비 1공을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에 따라 집수정은 호정당 1일 1만5000t의 강변여과수(총7만5000t)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취수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하자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수질기준에 대해 재판부는 과업지시서에서 “수처리 계통상 생활용수는 수도법에 규정한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먹는 물 수질기준을 충족하는 처리수를 바로 생산할 것을 규정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4호정 원수에서 0.058㎎/L 비소가 검출돼 원수 수질기준(0.05㎎/L)을 초과했고 먹는 물로 사용될 게 예정된 원수 수질기준에 대해서는 통계학적 의미가 적용될 수 없어 다른 시점의 수질측정 결과를 합한 평균값이 수질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하여 수질기준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전조사 부실·설계 오류= 재판부는 이 같은 취수량·수질기준 미충족 하자가 설계·감리업체의 사전조사 부실과 설계 오류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본지는 2018년 12월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 취수량 부족 문제가 실시설계에 사용된 공식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강변여과수 2단계사업 설계서에 쓰인 ‘Milojevic 경험공식’(이하 밀로제빅 경험식)에 집수관 개수인 변수(m)가 누락됐고, 대산면 하천바닥 환경 조건을 반영하지 않은 밀로제빅 경험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산출유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취재 당시 설계업체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실시설계했으며 설계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고, 설계에 자문을 해 준 대학교수는 밀로제빅 공식에 변수가 누락된 것을 인정했지만 그로 인한 산출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설계상 오류에 따른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설계업체가 해당 공식을 이용해 취수가능량을 산정하면서 5개 집수정의 대수층 수리특성을 동일하게 가정해 투수계수(잘못 입력하기도 함)를 적용하고, 집수정 간 간섭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일 집수정을 가정해 공식을 적용했으며, 하천 흐름과 평행한 방향으로 배치할 경우 적용해야 하는 보정계수를 반영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고 판단했다. “군집수정의 간섭효과, 투수계수, 보정계수 등을 제대로 반영해 모델식을 적용해 산정되는 취수가능량은 이 사건 집수정의 목표취수량인 개별 호정당 1일 1만5000t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 조사용역에서 이 사건 집수정 위치와 다른 지구를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했고 1단계사업 지구 부근에 시험정을 설치해 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2단계사업 실시설계용역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업체는 예산상 문제로 1단계사업 당시 자료를 활용해 설계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하나 과업지시서에는 기본설계자료를 활용하되 현장조사를 실시해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보완측량해 실시설계에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고 안정적 원수 공급을 위해 취수량과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에 대한 조사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시공 순서·공법 변경= 다만 재판부는 시공 순서·공법을 변경한 부분에 대해 설계, 감리, 시공상의 과실이 있었거나 이로 인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변경에 대해 창원시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리단이 시기별로 시공 현황을 시에 보고해 정해진 시공순서와 달리 시공되는 사정을 시가 인식하고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은 준공기간을 고려해 시가 시공계획 변경을 승인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시공순서 변경만으로 목표취수량 확보가 불가능했다거나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원수를 생산하는 하자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여과사층 미설치 주장에 대해서는 여과사층에 대한 공법 변경은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합리적 검토와 창원시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시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설계, 감리, 시공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로 인해 하자가 발생했다는 창원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강변여과수 개발사업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 특성상 유지 및 관리를 해도 시간 경과에 따른 폐색으로 취수량 감소를 수반하는 점 등을 종합해 감리업체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했다.

    ◇창원시·설계 및 감리 업체 입장= 1심 판결에 대해 창원시와 설계·감리업체 등은 각각 변호인단과 함께 판결문을 검토한 후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설계·감리업체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설계·감리업체 대표는 설계상 오류는 인정하지만 그 오류로 인해 취수량 부족과 수질기준 부적합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A대표는 “설계상 오류가 있었지만 그 부분이 산출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고 감정인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땅 속 문제를 설계상 책임으로 돌리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창원시 측은 “변호인과 논의 후 다음 주 초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 2006년 준공된 강변여과수 1단계사업을 통해 1일 평균 6만3000t의 물을 생산해왔지만 인구증가로 인한 물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06년 말부터 2013년 2월까지 취수정 5개를 추가 설치하는 강변여과수 2단계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 등 736억원이 투입됐다. 5개 취수정 중 3개 취수정에서 취수량과 수질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수년째 가동을 못하고 있다.

    조고운·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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