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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고장 난 마산로봇랜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2-05 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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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칭 진보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모든 현상에는 역사가 있다. 개장 두 달 만에 고장이 난 마산로봇랜드도 그렇다.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 2017년 9월25일 국회 본관 235호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회의실. 이날 한국당 소속 경남 출신 국회의원과 경남도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화가 앞에 앉은 추녀처럼 몸을 사렸다.

    5선의 이주영(창원 마산합포구) 의원은 “경남이 로봇산업 선도도시가 되어야 하는데 대구에서 일본 제1의 제조용 로봇기업인 야스까와 전기 공장을 유치해 갔다. 로봇산업이 도정 주요업무에 포함 안돼 다른 지자체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경남도 공무원들이 4차산업에 대한 개념이 안 잡혀 있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쏘아붙였다. 한 대행은 “직접 챙기겠다. 유념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2. 2018년 4월2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국회로봇산업발전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로봇랜드를 시작할 때 창원시나 경남 수준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가 수준의 로봇랜드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3. 2018년 4월30일 경남대학교 창조관. 경남로봇산업발전포럼에서 박명환 경남로봇산업협회장은 발제를 통해 “마산로봇랜드는 국비와 도비, 시비, 민간자본을 합쳐 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콘텐츠 구축비용은 338억원에 불과하다”며 “10년 후 실망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 기간을 변경하더라도 로봇랜드에 산업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산로봇랜드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고 높았지만 경남도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국책사업인 마산로봇랜드는 2008년 당시 마산시가 유치한 뒤 우여곡절을 겪다 2015년 본격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9월 개장했지만 두 달 만에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입장객 등으로 파행을 보이고 있다.

    결국 경남도가 오는 20일부터 도와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 등을 대상으로 특수감사에 착수한다.

    그런데 ‘고장난 마산로봇랜드’의 책임이 정부와 지자체인 점을 감안하면 경남도의 감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자부는 마산로봇랜드의 방향에 대해 자체 싱크탱크 등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었는데 예산만 지원하고 뒷짐을 졌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협력하지 못하고 갈등을 키우면서 ‘산업’도 ‘테마파크’도 놓쳤다.

    여기에 전직 지사들이 대권 도전으로 잇따라 도중에 자리를 비우면서 사업이 망가졌다.

    물론 관리·감독을 맡은 경남도 출연기관인 경남로봇랜드재단과 경남도 산업혁신국에도 매를 들어야 한다.

    경남도의 마산로봇랜드 감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덤터기를 씌우거나 ‘면피성’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감사가 되지 않으면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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