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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함께 걷는 길-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2-04 2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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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희 정치부 부장

    “경남의 연극인을 핫바지로 생각하나…!, 100년이 넘는 경남 연극사에 전국연극제·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6회나 수상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

    지난달 20일 경남도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에 서울 출신의 박장렬씨가 선정되는 날 경남의 한 원로연극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소연을 쏟아 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남연극은 한국연극의 태두라 불리는 동랑 유치진, 온재 이광래 선생 같은 불세출의 연극인이 경남 출신이고, 경남이 전국연극제 대상 5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1회 등 경남연극인의 자질과 능력이 출중한데 어째서 다른 지역의 연극인이 경남의 초대 예술감독에 선정됐는지 도내 연극인들과 도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경남연극의 저력은 대단하다. 타 장르와는 달리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경남연극의 발자취는 또렷하다. 1996년 극단 마산의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구멍이었습니다’가 제14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이듬해 극단 현장의 ‘불의 가면’, 2008년 극단 마산 ‘파란’, 2011년 사천 장자번덕 ‘바리, 서천 꽃그늘 아래’, 2012년 극단 예도 ‘선녀씨 이야기’가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8년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극단 예도의 ‘꽃이 피게 하는 것은’ 이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오랜 세월 경남연극의 발전과 도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노력한 연극인으로서는 일면 허탈감과 강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립예술극단을 어렵사리 창단했는데 초대감독이 경남인이 아닌 외지인이 선정됐으니 ‘죽 쒀서 개 준다’는 표현을 쓸 만도 하다.

    경남연극인들을 대표하는 (사)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지회(이하 연극협회)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협회는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지역극단과 연극인들의 화합과 연대, 그리고 도민의 문화향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훌훌 털어 내는 눈치다. 욕심을 낼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경남의 예술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목표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도립예술극단이 생김으로 인해 지역의 연극계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연극의 가장 기초적인 생태계 텃밭인 지역극단이 도립극단 창단으로 인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도립극단의 창단 목적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활성화다. 이로 인해 지역 연극계가 더 분열되는 등 파열음이 생겨서 안 된다.

    이를 우려해 경남도는 도립예술극단 예술감독 전형위원회(7명), 운영위원회(12명)를 두어 예술감독의 선정에 있어 작품의 예술성과 도립극단 운영 등 다양한 면에서 나름의 기준을 두어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다방면에서 지역 연극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도지사도 신임 예술감독에게 경남연극협회 등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다고 했다. 이제는 도립예술극단과 지역 연극인들이 도민의 문화향유를 위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한 신임 예술감독은 지역 극단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함께 가는 길이 비록 어렵고힘든 길이라도 손을 맞잡으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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