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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거수기’들의 반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1-28 2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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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사상 초유다. 전직 경남지사 3명이 도내 선거구에 도전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양산을)·자유한국당 홍준표(밀양창녕의령함안)·김태호(거창함양산청합천) 전 지사다.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고 공천 과정도 예측 불허다.

    차출론이니 험지 출마론은 차치하고 유달리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최근 지역에서 잇따라 불거지는 홍준표 총선 출마 반대 목소리다. 평소 홍준표 지론이라면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길법하다. 그는 ‘대란대치(大亂大治)’란 표현을 즐겨 쓴다. ‘세상을 크게 흔들어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자주 한 말이다. 홍준표는 영민한 ‘싸움꾼’이다. 싸움판의 프레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계속 논란을 만들어 혼란한 틈을 타 일격을 가한다. 원외 인사이면서도 끊임없이 당 지도부를 공격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공천에 목매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그동안 당에 헌신한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한다. 당은 공천불가론을 설파하고 지역에선 반대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끝까지 당당함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아직 선거구에 주소를 옮기지도 않았다. 다음 달 3일께 밀양으로 이사한 뒤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한다는 전언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지역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와 같은 당 소속 전직 도의원까지 나서 그의 고향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전직 도의원들은 홍준표 도정의 ‘거수기’란 비아냥을 듣던 이들이다. 당시 도의원 55명 가운데 50명이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이들은 경남교육청과 갈등으로 지사가 삭감한 무상급식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지사 치적으로 내세운 ‘채무 제로’ 달성을 위해 각종 기금을 폐지하는 데도 동조했다. 홍준표는 도의회 본회의 도중 영화 예고편을 보다 발각되자 ‘도의원 질문이 지루했다’는 식으로 반박했다. 이후 ‘굳이 잘못했다고도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당당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소속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정당은 달랐지만, 도지사가 동료 도의원에게 ‘쓰레기’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는데도 입을 닫았다.

    그랬던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운 23명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홍준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남지사 재임 시절 도당과 경남도민들과 소통 부재로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켜 불신을 받아 온 인물”이라고 했다. 또 “고향에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보내겠다는 정치적 술수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가히 ‘거수기들의 반란’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이들 가운데 밀양이나 창녕 등 홍준표 고향 선거구 전 도의원도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기자회견 참석자 가운데 정연희 전 도의원은 현재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 보좌관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란 특성을 고려할 때 공천작업에 관여하는 박 총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홍준표도 ‘한솥밥’ 먹던 이들의 비판이 불쾌했던 듯하다.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당을 장악한 몇몇 친박(친박근혜)들이 언론을 통해 고향 출마를 막으려고 하는 듯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전직 도의원들은 기자회견 후반부에 ‘쐐기’를 박았다. “홍준표라는 브랜드가 경남에서는 그 가치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라.”

    세상사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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