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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12) 노마식도(老馬識途)

- 늙은 말은 길을 안다

  • 기사입력 : 2020-01-21 07: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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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춘추시대 북경 일대에 있던 연(燕)나라가 북쪽 소수민족인 산융(山戎)의 침략을 받아 곤란을 겪고 있어, 남쪽 제(齊)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그때 제나라는 가장 강성하던 환공(桓公) 때였고, 유명한 관중(管仲)이 정승으로 있었다. 환공이 구원병을 파견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지 못해 관중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관중은 “산융은 앞으로 우리 제나라에까지 우환이 될 것입니다. 이 기회에 토벌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환공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도우러 갔다. 1년 가까운 전쟁 끝에 산융을 토벌하고 개선하고 있었다. 어떤 산속에 이르러 길을 잃어 버려 군대가 나아갈 수가 없었다.

    관중은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해 봅시다”라고 하고는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말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길을 찾아 돌아올 수 있었다.

    말은 얼굴이 길고 콧속이 넓어 냄새를 맡는 후각세포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발달해 있고, 귀가 크고 높아 청각도 뛰어나다. 뛰어난 후각과 청각 때문에 맛, 소리, 지형 등에 대한 기억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사람보다 길을 잘 기억한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이 말은, 말이 늙으면 달리는 속도나 힘은 젊은 말에 비해 떨어지지만, 지혜나 대처능력은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간세상에 비유하면, 단순한 체력이나 기억력에 있어서는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안 되지만, 나이 든 사람은 살아온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지혜가 늘어나 중요한 일에 직면했을 때 판단력이나 대처능력이 젊은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역대의 중국 왕조 가운데서 원로를 무시하고 젊은 사람들이 설친 왕조는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하고 일찍 망했다.

    요즘 각 정당이 다가오는 총선에 대비해 개혁, 쇄신(刷新)이라는 이름하에 국회의원을 여러 번 한 사람들은 ‘물러나라’, ‘불출마 선언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마치 세 번 이상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불출마선언하고 사라지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잘못된 발상이다. 국회의원을 오래 한 사람 가운데서 부정에 연루되거나 개인적인 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당연히 물러나야겠지만, 아무 흠이 없이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 여러 번 했다고 오래 했다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들의 경륜과 지혜를 잘 활용해 국가민족을 위해서 일할 기회를 주어야지, 몇 번 당선되었느냐? 나이가 얼마냐를 가지고 다시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고 하는 발상은, 국회의 역사를 파괴하고 국회의원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위험한 짓이다. 다음 국회는 서툰 초보자들만 모여서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요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 기준을 잃고 사는 것 같다. 해야 될 말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마구 하는 것 같다. 맑은 물을 보고 맑다고 하고, 흐린 물을 보고 흐리다고 해야 할 것인데, 지금은 맑은 물은 보고 흐리다 하고, 흐린 물을 보고 맑다고 하고 있다.

    * 老 : 늙을 로. * 馬 : 말 마.

    * 識 : 알 식. 기록할 지. * 途 : 길 도.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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