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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용접공- 서영훈(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20-01-20 20: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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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튜브 수학강사가 있다. 이 강사의 영상물은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정도다. K-POP에 견주어 ‘K-Math(수학)의 탄생’이라고 환호한 해외 네티즌의 댓글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 스타 강사가 최근 사고를 단단히 쳤다. 라이브로 진행된 유튜브 방송에서 “수능 수학 가형 7등급이 나형으로 가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느냐”라는 시청자의 질문에 “그렇게 (공부)할 거면 ‘지이이잉’ 용접 배워 가지고 호주 가야 돼”라고 했다.

    ▼방송 이후 비난의 글들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강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글이 없지는 않았지만, 7등급 수험생과 용접 등 기술직 종사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에 대한 질타가 주류를 이뤘다. 용접 기능인과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한용접협회는 이 강사의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한 방송사는 이 강사가 출연하려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취소하기도 했다.

    ▼스타 수학강사의 용접공 발언은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사상의 현대적 표현일 뿐이다. 사람을 선비·농민·장인(匠人)·상인 등의 순으로 신분을 나누고 그 신분에 따른 역할을 짐 지운 조선의 사농공상 사상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끈질기게 남아 한국사회의 위계를,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여전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직업에 귀하고 천한 것이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당위를 말하고 있는 뿐이며,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굴러 가고 있다. 직업에 따라 수익의 규모가 다르고, 주위로부터 받는 시선도 확연히 달라진다. 그러니 “공부하라”라며 자녀를 채근하는 부모의 압박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이 스타 수학강사 개인이라기보다는 직업에 귀천을 두고, 직업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고, 이러한 시대역행적인 질서를 유지시키려는 자들이다.

    서영훈(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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