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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문학열정 키웠다, 작가열망 이뤘다

  • 기사입력 : 2020-01-15 20: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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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쓰는 작품이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하면 좋겠다” “읽고 난 후 장면이든 느낌이든 뭔가 남는 글을 쓰고 싶다” ….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이경미(56·소설), 박위훈(56·시), 김종순(56·시조), 우광미(57·수필), 양예준(54·동화)씨는 남다른 문학적 열정으로 앞으로 경남신문 신춘문예가 쌓아온 문학적 전통을 더욱 빛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일 경남신문 강당에서 시상식을 가진 5명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모두 50대 중반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랜 노력 끝에 당선의 기쁨을 안은 이들은 문학에 대한 간절함과 무거운 책임감, 설렘을 동시에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좋은 작품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이제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딘 이들의 ‘문학과 삶’에 대해 들었다.

    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14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경남신문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예준, 우광미, 김종순, 박위훈, 이경미씨./전강용 기자/
    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14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경남신문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예준, 우광미, 김종순, 박위훈, 이경미씨./전강용 기자/

    문학과 인연에서 등단까지 과정

    △이경미= 초등시절부터 독서에 빠져 바로 윗집 목사님 댁에서 위인전 등 각종 책을 빌려 읽었고, 중학교 땐 하이틴 로맨스, 삼중당 문고판을 탐독했습니다, 고교 시절엔 펄벅의 ‘대지’ 등을 하루 이틀 밤에 읽고 친구에게 돌려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동화로 신춘문예에 도전했지요. 이후 마흔이 넘어서 백지 앞에 앉게 되었고, 등단의 연유가 아닌가 싶네요.

    △박위훈= 제가 처음 시를 접한 계기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편마비가 온 40대 후반부터였습니다. 시를 배우며 습작에 몰두하는 동안 불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시로 인해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김종순= 중학교 시절 사랑과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편지로 인해 글을 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이후 많은 책을 읽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고하는 습관, 뭔가를 끊임없이 써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혼자 시를 써서 시집도 두 권 냈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다가 우연히 시조시집을 구입해서 혼자서 읽고 습작을 했습니다. 시조를 하다 보니 잘 맞는 것 같아 이를 통해 새 출발을 하고 싶어 끊임없이 습작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신문사에 투고했는데 월 장원을 하면서 나의 작품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알고 신춘문예에 도전하게 돼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광미= 어릴 때 아버지께서 시조를 하시는 걸 자주 봤습니다. 혼자 음영과 창을 하시면서 다듬는 소리를 들었지요. 은연중 영향을 받았던지, 사춘기에 혼자 묻고 답하면서 시를 읽고 단편소설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술 관련 일을 하면서 음악과 사진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는데, 글쓰기 창작 수업을 듣고 수필을 집중적으로 쓰다가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습니다. 최근 문학상 공모전에도 두세 번 최종심에 오른 데 용기를 얻어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했습니다.

    △양예준= 저는 모든 게 늦습니다. 30대 초반에 처음 문학(시)을 접하며 습작했습니다. 전혀 시가 아닌데 혼자서만 모르고 있었죠. 시도 형편없고 끈기도 없으니 자꾸 다른 장르로 넘어가게 되더군요. 소설, 동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대략 22년간 문학을 공부한 것 같습니다.


    당선작을 쓰게 된 계기나 얽힌 사연은

    △이경미= 당선작 ‘누름꽃’은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이 안 풀릴 때가 많으니 늦게 시작한 글공부에 난감한 느낌이 들 때가 문득문득 있었어요. 그래서 압화를 시작했지요. 결과물이 바로 보이고 반응 또한 바로 알 수 있으니 숨통이 좀 트였어요. 꽃을 채집하고 색을 올리고 누르는 과정이 힘들지만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행위 예술을 하는 느낌이었지요.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평소 몸이 아픈 사람들보다 마음 아픈 사람이 제겐 더 잘 보이다 보니 언제부턴가 욕이 욕이 아니게 된 사회 현상과 그 저변에 깔린 심리 상담 관련 서적들을 자주 봤습니다. 저와 동갑인 사촌의 죽음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젊은 날을 버린 그에게서 저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마 그런 연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위훈= ‘고래해체사’라는 당선작은 지난해 하반기 울산에서 발생한 ‘고래’ 관련 뉴스가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포항에서 군대생활을 하며 보았던 고래 관련 작업 등도 떠올리며 작품을 썼습니다. 이 작품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연말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던 ‘고래고기’ 사건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보며 웃픈 정치판의 민낯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선작을 쓰면서 자연이나 인간의 삶에서나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과 감히 생명에의 외경(畏敬)과 실직의 아픔을 말하고도 싶었습니다. 화는 또 다른 이의 가슴에 상처를 안기고 그 상처가 오롯이 내게 다시 돌아와 더 큰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둔한 이들의 몰락을 보면서 나 자신을 경계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김종순= 수년 전 여행에서 경험한 버킹엄궁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거대한 자본주의의 탑인 백화점이 떠올랐습니다. 그 성에 들어가 느끼는 자본의 호사, 그리고 편리함이 주는 것 때문에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바뀌어갔지요. 이제는 버튼만 누르면 방향을 안내하는 도우미, 즉 AI의 출현으로, 로봇까지 직원처럼 소비자들을 안내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저는 백화점을 통해 자본주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소비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허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그리 많음에도 불구하고 풍요의 산물로 보이는 백화점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묻혀버리는 도시의 그늘을 은연중에 말하고 싶었습니다. 대상을 찬양하거나 가볍게 스쳐가는 작품은 많아도 우리 일상과 직접 관계되는 소재로써 쓴 작품은 보기 어려워, 백화점이라는 제목으로 시조를 써봤습니다. 앞으로 시조가 현대성을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시조 형식에 담아내 보려고 합니다.

    △우광미= 시골집을 오가며 여러 생각들을 하던 중 한옥 양식의 문학관에 입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댓돌 위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이 늘 밟고 오르내리며,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상의 출발이자 귀착점인 댓돌이 가지는 의미가 무척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신을 신고 벗을 때마다 자세를 낮추어 자기를 돌아보는 곳. 오래전에 살다 집을 떠나 멀리 간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숨결이 남아 있는 댓돌이, 마치 빛바랜 호적등본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소재를 선택하고 작품을 구상하면서, 범상한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원초적 신성함에 닿아 있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제목도 평이하게 붙여 두었습니다.

    △양예준= 당선작 ‘숲이 훔쳐갔지요’에 대한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땐 현대판 피노키오를 생각했습니다. 피노키오 비슷한 걸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계속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구상을 했습니다. 보통은 구상이 다 되면 글을 쓰는데, 당선작은 글을 쓰면서 계속 구상을 한 경우입니다. 약간 특이한 경우이고 다르게 말하면 쥐어짜듯이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고 며칠만에 썼어요. 그리고 그 작품은 전해 다른 신문사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심사평에 장점과 단점을 언급했더군요. 다시 읽어보니 허술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1년을 묵혔습니다. 중간에 두세 번 퇴고를 했어요. 완성도가 훨씬 높아지고 탄탄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경남신문에 보냈고 당선통보를 받았습니다. 경남신문은 그 전해에 제가 보낸 다른 작품이 최종심에 올라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문학과 나, 혹은 문학과 문학적 삶은

    △이경미= 문학은 저에게 유일한 쾌락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가 밥을 먹여 주는 것도 뭔가를 달라지게 하는 것도 없어요. 외적인 보람을 찾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백지 앞에서만큼 자유로운 것도, 새로운 도전도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치밀하게 구조화되어 오히려 바쁜 현실에서 필요불가결한 행위라 봐요. 제 가슴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몸짓인 것 같습니다.

    △박위훈=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는 부지불식간 찾아온 뇌경색에 따른 편마비로 지쳐갈 무렵, 시는 두려움과 절망의 시간을 잊게 해준 구원의 손길이었습니다. 시를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제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를 쓰는 것이 미로를 걷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 가야 할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만을 억누르고 뚜벅뚜벅 앞만 쳐다보고 걷도록 하겠습니다.

    △김종순= 언제부터인가 독서를 하고 나면 필히 독후감을 써왔어요. 책 읽기는 거대한 지구에 긴 빨대를 꽂아 수만 개의 정보와 지혜를 얻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 습관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 문학적 삶이란 독서를 통해 사람답게 사는 것을 뜻합니다. 나는 작품을 쓸 때마다 거울 앞에 비친 나를 들여다봅니다. 아주 정갈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작품 속에 순수성을 쏟으려 노력했습니다. 작품을 쓸 때 비로소 내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나는 작품 쓰는 것은 곧 나를 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내 작품에 야유와 비속어를 담고 누구를 비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쁜 생각에서가 아니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이 그 표현을 활용할 뿐입니다. 그래서 문학을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더구나 짧은 말 속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담아 감동을 주는 시조를 쓴 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광미= 글을 쓰는 것만이 문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영역의 모든 창작적 행위가 가진 공통점을 찾고 그것을 이해하며, 그 바탕 위에 문학을 한다면 관조의 깊이가 더해지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다양한 삶의 경험까지 이루어진다면, 삶의 본질을 읽어내는 방법 또한 명징하게 독자의 심장에 깊이 들어가 박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일상을 글처럼 다듬고, 그러한 삶을 기록하는 것이 올바른 문학이라는 생각입니다.

    △양예준= 문학은 제 모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기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적어도 문학하는 사람들은 깨어 있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는 시대의 선각자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신인에게 문학의 길은 수월하지 않습니다. 온통 가시밭길입니다. 그 길에 제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믿기에, 맨발을 각오하고 내딛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계획인가

    △이경미= 달라질 것은 없어요. 인간 탐구가 소설이니만큼 여전히 아픔, 상실에 대해 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널려 있고 결과도 가지각색입니다. 따져보면 욕심과 무지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가지각색의 결과가 도출되지만 사랑이 답입니다. 앞으로 제 작품의 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읽고 난 후 장면이든 느낌이든 뭔가 남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박위훈= 시를 쓰는 시인의 여정은 어렵지만 시를 놓기란 너무도 쉽다는 것을 잘 알기에 ‘처음처럼’ 이란 말을 잊지 않고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시를 쓰겠습니다.

    △김종순= 자연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인간의 문명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면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의 노래를 하겠습니다. 문명 비판의 시를 쓰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연을 잘 보전해야 인간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해치는 것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눈으로 시적 세계를 열어가고 싶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그늘들, 빈부격차, 권력 아래 소외받고 있는 약자들의 아픔을 찾아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광미=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시나 소설 등 타 장르의 기법을 수필에 차용해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잘한 일상의 단편적 감상만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비판적 태도를 본질로 가지는 에세이의 기본에 더 다가가려는 욕심입니다. 가능하다면 오감을 다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고, 문학이 결국 사람의 이야기니 사람을 위무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양예준=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동화의 아버지인 안데르센도 이미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또 동화의 본령은 판타지이므로, 환상적인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판타지가 사실 쓰기 어렵긴 해도 그만큼 매력이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고민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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