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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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11) 필준법도(必遵法度)

- 반드시 법도를 따라야 한다

  • 기사입력 : 2020-01-14 08: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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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생활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평소에 부대장이 부대 정문을 지키는 위병(衛兵)에게 “정문을 통과하는 차량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세워서 철저히 검문하라”라고 수시로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는 것을 군대생활 오래한 고참들은 다 알고 있다. 신참들은 “군대가 많이 좋아졌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필자가 복무하던 부대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밤에 사단장이 불시점검을 와서 지프차가 우리 부대 정문을 통과하려고 하자, 위병이 원칙대로 “정지!”라고 외쳤다. 그러다가 사단장 차 운전병에게 혼이 났다. “야! 이 군기 빠진 자식아. 사단장님 차 번호도 몰라”, 그 위병이 “우리 중대장님이 어떤 차량도 그냥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교육하셨는데요?”, “간덩이가 부었나? 빨리 못 열어.” 다시 대꾸하지 못 하고 정문을 열어 차를 통과시켰다. 나갈 때는 당연히 차량 검문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사단 본부에서 중대장에게 연락이 왔다. ‘그 위병 임무 수행 잘하더라’가 아니고, ‘그 위병 단단히 교육시켜’ 였다. 중대장도 평소와 달리 “왜 눈치 없이 사단장 차를 잡아 말썽이야?” 그 위병은 그제서야 장교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힘없는 졸병은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잘못하다가는 자기만 영창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태도가 군대 장교들의 행태와 꼭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서열을 뛰어넘어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철저히 수사하라. 검찰개혁 잘 하라”라고 했다.

    윤 총장은 대통령 지시대로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최측근 민정수석실이나 대통령 친구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이 임명할 때의 말대로 그대로 잘 하고 있는데, 법무부장관을 시켜서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다 한직으로 좌천시켜 버렸다.

    청와대 사람들이 죄가 없으면, 법대로 조사받아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더욱 더 떳떳해지고, 정권은 국민들의 신뢰를 더 확실히 받을 것이다.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확 다 갈아치우니 많은 국민들은 도리어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 청와대가 법을 안 지키면서 국민들 보고 법을 지키라고 하면 국민들이 순순히 응하겠는가?

    ‘법(法)’이란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합의해서 만든 원칙이고 기준이다. 법을 안 지키면 처벌을 받는다. ‘도(度)’ ‘물건의 길이’, ‘자의 눈금’이다.

    대통령은 절대 권력과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검사들이 말을 듣겠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어떤 일이 있어도 법도를 지켜서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권을 튼튼하게 하는 길이다.

    수시로 말과 행동이 바뀌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누가 신뢰하고 존경하겠는가?

    * 必 : 반드시 필.

    * 遵 : 좇을 준.

    * 法 : 법 법.

    * 度 : 법도 도. 헤아릴 탁.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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