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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민간체육회장 시대, 만만하게 보이지 마라-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1-13 2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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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6일부터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구체육회는 지자체의 단체장이 아닌 민간체육회장이 임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체육회 운영의 생명줄인 예산을 관(官)에서 관장하면서 지자체 단체장들이 당연직으로 체육회 회장을 맡았지만 이제부터는 민간인이 체육회의 수장이 되면서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것이다.

    민간체육회장이 들어선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체육을 정치와 분리해 자율과 독립권을 가지게 하자는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면서다.

    체육회 회장 자리를 법으로까지 정해 민간인이 체육회장을 하도록 한 것은 그동안 지자체 단체장들이 체육회를 정치 지원단체로 전락시키고, 체육인들 또한 그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은 체육회를 산하기관으로 여기면서 퇴직 공무원이나 선거 캠프 인사, 측근을 체육회 인사로 앉히고 각종 체육행사나 대회 때면 자연스럽게 얼굴을 비추면서 선거운동과 다름없는 행동을 해왔다. 선거 때는 체육인들을 동원하기도 하면서 체육회 사조직화에 대한 논란도 일어 결국 체육을 정치에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민간체육회장 선거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부터 선거 이후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체육에 독립성과 자율권을 준다는 법 개정이 체육인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배제시킨 채 정치인들이 주도해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일단 선거 먼저 하고 보자며 졸속으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체육회 운영의 예산문제나 직원고용 등 기본적인 대안책도 마련하지 않았고, 오로지 지자체 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하는 데만 초점을 뒀다. 첫 선거인데도 선거 시한을 1월15일 이전까지 하라고 법으로 규정해 놓고 촉박하게 강행하면서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선거 담당자는 물론 출마자들까지 선거방식 등을 잘 몰라 혼선을 겪었다. 또 일부 지역은 체육인들 간 지지후보를 두고 파벌 양상을 보이며 선거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 지역은 정당간, 현 단체장과 옛 단체장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 민간체육회장 선거는 기존 체육회가 보여준 부정적인 요인들을 대거 불식시키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많다.

    하지만 갈 길도 멀다. 우리 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전문가들이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고 있지만 유독 스포츠에서만큼은 외부의 입김에 휘둘린다. 스포츠 단체의 장(長)은 어릴 때 동네에서 축구나 야구경기 정도 해본 것으로전문가인 양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포츠를 만만하게 보는 경향 때문이다. 또 그저 운동만 열심히 하고 성적만 내면 그만이라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데 소홀했던 체육인들의 잘못도 크다.

    민간체육회장 시대가 되었다고 스스로 자립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에서 100%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산권을 쥐고 알게 모르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지자체나 정치권과 맞설 수 있는 내실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체육회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지원 근거와 자립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생활체육의 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는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여 양립할 수 있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체육인들 스스로도 위상을 세워 정치권과 대등한 관계를 만들고,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민간체육회장 시대의 나아갈 길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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