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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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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대대적 손질해야

  • 기사입력 : 2020-01-09 2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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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경상대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를 중단하고, 9일 고충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를 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원부터 지금까지 직장 내 괴롭힘 전수조사를 한 후 다시 심사위를 열기로 했다. 병원 측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A씨와 산부인과 의사 B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욕설 등을 당한 피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자체조사의 한계점 등을 지적하며 중단을 요청하자 병원 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병원 간호사 29명은 수년 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의거해 최근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자체가 허술해 지금까지 진정서를 제출하는 피해자만 제2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내부 조사에 따른 것이어서 진상규명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작년 말 밀양의 한 제조업체 직원 A(32)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황들이 많았으나 사측은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측이 “회사 내 괴롭힘 때문에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결론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법 시행 후 6개월 동안 도내에서는 2건의 진정서가 회사 측에 제출됐으나 사내 조사에서 모두 괴롭힘이 없었다고 판명났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시간에도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지만 회사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까 봐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 법의 가장 큰 맹점은 우선 가해자를 회사에 신고해 사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어 진상조사에 대한 객관성 확보가 어렵고, 조사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을 사측에 맡기는 자체가 모순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한 객관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법조인 등 외부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가 사측 조사 이전에 먼저 조사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 법은 현실성이 없는 데다 실효성마저 크게 떨어져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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