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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혼밥과 고독사(孤獨死) 없는 세상- 윤종덕(시인·평론가)

  • 기사입력 : 2020-01-07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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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둥근 밥상을 방 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원형의 밥상은 상하 구분이 없는 평등함이었고,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화목함을 보여주는 식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를 ‘혼-밥’이라 하여 전통 두레 밥상과 차이점이 많다.

    혼밥을 먹는 30대의 남성 과반(51.4%)이 비만이라는 조사통계는 우리 식생활에 적신호(赤信號)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혼밥은 고열량 음식물 섭취가 늘어난 반면에 운동량이 줄어든 생활습관과 영양섭취의 불균형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이와 함께 고독사(孤獨死)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접하면서, 가족해체와 관련하여 가정이 붕괴되는 사회적 문제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주의적 취향과 사고방식이 한몫을 더했을 것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과 취약한 이웃에 대한 지역사회 나눔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야 하고, 이웃과 함께 나눔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여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좋은 식단이 생활의 편리성 추구에 의해 너무 많이 훼손되었고, 미풍양속(美風良俗)도 세계화와 첨단이라는 미명 아래 퇴색이 많이 되었다. 나아가 옛것을 지키고 좋은 것을 더 새롭게 하려고 했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효능도 상실되어 가고 있는 세태가 무심하다 할까.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식의 회복과 강화의 필요성이 고독사와 혼밥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유효한 덕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청년실업과 고령화 사회로 진전됨에 따라,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이 싸늘하게 식어져 가고, 보약 같은 친구가 점점 사라지는 사회적 풍속도를 반영하고 있기에, 우리의 삶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혼밥과 고독사가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라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이어지는 재정적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질문명의 성장은 결코 인간의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과학문명이 진보하고 기술력이 첨단으로 치닫게 되면 인간의 삶의 편리성보다는 더욱더 인간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아이러니라 하겠다. 특히 대중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고독함이야말로 풍요한 세상에서 이방인과 다름이 없는 제외 또는 배제된 삶이라 하겠다. 이러한 풍속도를 새롭게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은 무엇보다도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잘 제어할 수 있는 지혜와 행복을 위한 참된 가치의 발견과 적용이라 하겠다.

    윤종덕(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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