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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이제는 낮추어야-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1-06 20: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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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희 정치부 부장

    “제가 사는 관사의 길고양이가 아파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수술을 하고 열흘 입원했더니 병원비가 적지 않게 나오더군요. 병원비 부담도 만만찮았지만, 그것보다 병원에서 만난 노부부의 사연이 더 가슴 아팠습니다. 10년 이상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나이 들자 병치레가 잦아졌다고 합니다. 두 분 생활비의 절반 이상이 반려견의 진료비와 약값이랍니다. ‘그래도 가족인데 …’라며 한숨을 쉬시는 어르신의 품 안에서 강아지는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 내용이다. 김 지사는 지난 월간전략회의에서도 이 내용을 사례로 들며 ‘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었다. 당시 김 지사는 반려동물의 진료비 부담이 결국은 도민들의 복지와 연계돼 취약계층의 경우 생활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부서에서 태스크포스(전담반)를 구성해 동물 진료비 공시제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 시대를 넘어섰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반려동물 진료비가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릴 수도 없고, 치료하자니 너무 큰 비용이 부담스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 동물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진료비 가격을 비교한 결과 병원별로 진료비 편차가 심해 발치는 최대 80배(최저 5000원, 최고 40만원), 치석 제거가 최대 35배(최저 1만원, 최고 35만원), 폴리싱은 최대 22배(최저 1만원, 최고 22만원) 차이가 났다. 하지만 조사대상 중 진료비를 사전에 게시한 곳은 18%에 머물렀다. 또 지난 연말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에서 동물병원 진료비로 1회 평균 7만47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약 85%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는 말 그대로 진료항목당 진료비를 공개하는 것으로 병원에 진료비를 고지·게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공시제 시행으로 진료비가 낮춰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가 병원을 찾기 전에 먼저 진료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병원마다 비교할 수 있으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도 그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진료비 공시제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등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기관의 자율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펫펨족(Pet+Family+族)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정비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김 지사는 현장에서부터 지방정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세우고 정부의 대책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가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아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는 반려동물의 건강권도 지키고, 도민의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따뜻한 경자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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