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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오래 걸었습니다. 현실에 몰려 글을 쓸 수 없던 때, 단어와 단어 사이, 행간에서 서성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다시금 글 줄을 잡고 시작하기를 몇 번, 낙방하기 위해 쓰는 것만 같은 세월이 흘렀고 그저 밥을 먹듯이 쓰겠다 하였습니다.
존재는 아픕니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던 아픔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의 결을 쓰다듬어 내밀한 환부를 보길 원합니다. 환한 햇살에 드러난 환부가 자연 치유되듯 상처에게 말을 걸고 아픈 거기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라고 손짓하고 싶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고 담담했던 것은, 누구에게도 선뜻 당선 소식을 전하지 못한 연유는 상처들과 질펀하고도 뜨거운 조우가 예상되기 때문이겠습니다.
한 자 한 획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첫 소설을 써 놓고 끙끙거릴 때 문득 인터넷으로 일면식도 없는 저의 글에 가능성을 봐주신 충주의 이종태 선생님, 여전히 일면식 없이 이렇게 소식 전합니다. 감사해요.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용기를 일깨워 주신 선생님들, 일일이 감사의 말씀을 올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존재 자체로도 감사한 동리 문우들 사랑해요. 묵묵히 제 길을 정진해가는 아들, 딸들, 격려와 인내로 옆을 지켜준 당신, 고마워요. 하나님, 당신께 소망을 두고 가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손들어 주신 경남신문과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쓰겠습니다.
소설 부문 당선자 이경미 씨
△1964년 경기도 양평 출생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수료 △기독교문예 시 등단(2007) △창조문학신문 시 당선(2009) △오월 문학상 소설 가작입선(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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