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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10월 중순에서 11월 말. 평생 건강에 자만했던 내가, 병원과 담을 쌓던 내가 병원에 두 번이나 거푸 입원했다. 병실 창가에서 보이는, 산자락에 번져가는 고운 단풍과 새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한창 신춘 시즌인데 멍하니 매일 병실에 누워 있었고, 써놓았던 원고마저 부치지 못하는 사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재삼 깨달으며, 이제는 내 몸에 대해 스스로 돌보며 지내야 한다.
겨울 거리의 싸늘한 풍경은 낙선의 쓸쓸함을 닮았다. 올해도 안 되는구나, 이제 마음을 접자,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지 등, 한숨과 함께 기분이 뒤숭숭한 나날이었다. 면허증 분실 재발급을 면허시험장에서 받고 병원에 마지막 외래 진료 받으러 간 날, 조금은 어수선한 날. 휴대폰을 꺼내보니 부재중 통화와 문자가 와있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관련해…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다난한 가운데 희소식을 듣고 비로소 큰 숨을 내쉬어 본다. 겨울 공기가 시원하다.
오랜 시간 문학의 여러 장르를 나름 공부하고 습작해왔다. 그동안 운이 따른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운도 실력인지 아닌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동화는 실력으로 인정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공부했고 창작을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이러한 유의 작품을 써야겠다는 신념 비슷한 게 생겼다. 이 점은 무척 스스로에게 고무적이다.
비포장 길이 열렸다. 돌부리에 걸려 엎어져서 무릎이 깨질지 모른다.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동화 부문 당선자 양예준 씨
△1966년 서울 출생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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