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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9) 개과자신(改過自新)

-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된다.

  • 기사입력 : 2019-12-31 0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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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서진(西晉) 때 황보밀(皇甫謐)이라는 유명한 학자가 있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부 집에서 자랐다. 본래는 부귀한 집안이었으나 그 아버지 때에 와서 집안이 몰락하여 가난하게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게으른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일도 하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었다. 매일 놈팽이 애들과 어울려 나쁜 짓이나 하고 다녔다. 숙부나 숙모의 말을 듣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황보씨 집안 망칠 자식이 나왔네”라고 흉을 보았다.

    그래도 숙모는 그를 잘 대해 주었다. 어느 날 황보밀이 저녁에 돌아오면서 참외를 갖고 와 숙모에게 맛보라고 했다. 아마도 남의 참외를 몰래 따온 것이었다. 그 뒤에도 또 참외를 가져와 맛보라고 했다.

    점점 커 가는 조카를 이런 식으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숙모는 자극이 가도록 따끔하게 훈계를 하였다.

    “효경(孝經)이라는 책에, ‘매끼 세 가지 종류의 고기로 부모를 섬겨도 효도가 되지 않는다[三牲之養, 猶爲不孝]’라고 했다. 음식 잘 챙긴다고 효도가 되는 게 아니다. 참외 가져온다고 효도가 되겠느냐? 너는 열 몇 살이 되었는데, 이렇게 일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하여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데, 내 어떻게 마음이 편하겠나?” 숙모는 탄식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맹자(孟子) 어머니는 집을 세 번 옮겨가며 자식을 훌륭하게 키웠다.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방법이 좋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이렇게 사람이 안 되니, 내가 헛고생만 한 것 같다. 공부를 하고 덕행을 닦는 것은 너 자신이 하는 것이지, 사실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

    그러고는 황보밀을 본 체도 안 하고, 자기 방에 가서 베 짜는 일을 계속했다. 베틀 찰까닥 찰까닥하는 소리 하나하나가 황보밀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저렇게 한 올 한 올 애써 베를 짜서 나를 먹이고 입히는데, 내가 헛되게 살아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온 자신을 돌이켜 보니 부끄러움과 뉘우침에 견딜 수가 없었다. 행실을 고치기로 단단히 결심하였다.

    그 다음날부터 놈팽이 친구들과 관계를 다 끊고, 인근의 큰 학자에게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학업이 날로 발전했다. 매일 이른 새벽 논밭으로 일하러 나갔다. 책을 들고 가서 농사일을 하다 쉬는 여가에 책을 보았다. 밤에도 늦게까지 읽었다. 계속 이렇게 하니 웬만한 책은 다 읽었다. 전날의 놈팽이가 착실한 청년 학자가 되었고, 마침내 서진을 대표하는 큰 학자가 되었고, 많은 제자를 길렀다. 의학에도 뛰어나 ‘침구학(鍼灸學)의 시조’로 추앙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흠이 있고 모자라는 점이 있다. 그러나 잘못을 고쳐서 새롭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방탕한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 것은 황금과도 안 바꾸어 준다.[浪子回頭金不換]’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알고 고치는 것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다.

    오늘이 기해(己亥 : 2019)년 마지막 날이다. 각자 잘못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고쳐서, 새해부터 더욱 새롭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改 : 고칠 개 * 過 : 허물 과

    * 自 : 스스로 자 * 新 : 새 신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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