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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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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41) 제25화 부흥시대 51

“하루에 새벽은 한 번뿐이지”

  • 기사입력 : 2019-12-31 08: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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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자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 위에 세워져 있었다.

    미월이 그에게 잔금을 지불하고 매매서를 썼다. 집은 비어 있었다. 기생들과 함께 정자에 음식을 차리고 술을 마셨다. 미월을 따라온 기생들은 웃고 떠들며 좋아했다. 한여름이었으나 정자는 골짜기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물도 맑고 깨끗했다. 이재영은 계곡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기생들과 놀다가 정자로 올라왔다.

    ‘석파정? 대원군의 글씨인가?’

    추녀 밑에 있는 글씨를 보고 감탄했다.

    ‘나도 글씨 공부를 해볼까?’

    이재영은 문득 글씨를 써보고 싶었다.

    “여보.”

    미월이 이재영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말했다. 기생들은 골짜기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고 있었다. 미월은 이제 당연하다는 듯이 이재영을 여보라고 불렀다. 그녀는 요정이 잘 되어 편안했다. 몸은 살이 찌고 살결이 뽀얗다. 부잣집 마나님처럼 부티가 흘렀다.

    “왜?”

    “금년 여름도 다시 오지 않겠지요?”

    미월의 목소리가 회한에 잠겼다.

    “오지 않겠지.”

    이재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멀리 인왕산 산자락이 보였다. 인왕산은 녹색으로 숲이 푸르렀다. 하늘은 잿빛으로 어둠침침했다. 이재영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청춘도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하루에 새벽은 한 번뿐이지. 좋은 때에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재영이 빙그레 웃었다. 중국 시인 도연명이 남긴 말이다.

    “난 그런 뜻이 아닌데… 젊었을 때 일하느라고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을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거야 그렇지.”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전쟁 중이 아닌가.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선에서는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운명은 각자가 다르다. 이재영은 비교적 호사를 누리면서 인생을 살고 있다. 평생 굶주려 본 일도 없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일도 거의 없다.

    그의 인생은 부유하고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복을 받은 인생이었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하얗게 쏟아졌다. 계곡에서 놀던 기생들이 왁자하게 떠들며 정자로 뛰어 올라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것들 때문에 서방님하고 회포도 못 풀겠네.”

    미월이 기생들에게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아유~! 서방님 없는 사람은 서러워 죽겠네.”

    기생 연홍의 말에 다른 기생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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