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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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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18) - 쌓다, 짓다, 점잖다, 씩씩하다, 날세다

  • 기사입력 : 2019-12-31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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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59쪽부터 6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9쪽 첫째 줄에 ‘널리 불리워지고’라는 쉬운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쉬운 말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어려운 말을 쓰려고 했다면 ‘유행하고’ 또는 ‘풍미되고’와 같은 말을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덟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서 “불국사와 같은 옛 터에 남은 석조물만 보아도 얼마나 잘 쌓고 잘 지었던 것임을 짐작할 만하다.”라는 월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불국사’, ‘석조물’, ‘짐작할’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쉬운 월인데 ‘옛 터’는 ‘고적’이라고 하지 않아서 좋고 ‘얼마나 잘 쌓고 잘 지었던’에서 ‘쌓고’와 ‘지었던’은 ‘축조’와 ‘건설’이라고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새겨 있는’은 ‘조각된’이라고 하지 않아서 쉽게 느껴지며 열둘째 줄에 있는 ‘드물게 보는’은 ‘희귀한’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을 쉽게 풀어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맨 뒷’도 ‘최후’ 또는 ‘최후방’이라고 하지 않아 쉬웠습니다.

    열넷째 줄과 열다섯째 줄에 걸쳐서 ‘관세음상은 보는 사람마다 그 아름답고 사랑스러움을 찬탄하여 마지않는다.’가 나오는데 ‘관세음상’과 ‘찬탄하다’를 빼면 토박이말을 잘 살린 것입니다.

    61쪽 첫째 줄에 ‘맺어진 예술의 꽃이다’는 참 예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둘째 줄에 ‘앞에 서 있는’은 쉬운 말로 풀어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 줄에 있는 ‘점잖은’과 ‘씩씩한’, 넷째 줄에 있는 ‘날세고 억센’은 토박이말이기도 하지만 그 됨됨이를 잘 나타내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점잖다’는 한때 상장이나 생활기록부에서 많이 보던 ‘방정하다’는 말이 아니라고 좋았고, ‘씩씩하다’는 ‘용감하다’가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또 ‘날세고 억센’은 요즘말로 ‘날쌔고 억센’으로 보이는데 ‘민첩하고 강인한’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62쪽 첫째 줄부터 셋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앞에 기어가는 돌 거북 비, 뒤트는 돌룡 들은 다 지금까지 살아서 핏줄이 뛰는 듯하다.”에서 ‘기어가는’, ‘뒤트는’도 그 됨됨이를 잘 나타내는 말이고 ‘돌거북’, ‘돌룡’, ‘들’에서 보면 ‘석’이나 ‘등’을 쓰지 않고 쉬운 말을 쓰려고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서 핏줄이 뛰는 듯하다’도 토박이말을 잘 살린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더우기 높은 코 깊은 눈, 머리 모양, 옷 맵시’도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이며 일곱째 줄에 나오는 ‘가장 좋은’은 ‘최고’라는 말을 쉽게 풀어 쓴 말입니다.

    이렇게 옛배움책을 보면 쉬운 말을 찾아 쓰기도 하고 어려운 말을 쓸 수 있는 곳에도 말을 풀어서 쉽게 쓰려고 애를 썼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이런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보기들을 꼼꼼히 모아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볼 책은 다 쉬운 말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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