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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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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화두- 원정 스님(전 창원 성주사 주지 진해청소년전당 관장)

  • 기사입력 : 2019-12-26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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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나름 각각의 하고자 하는 삶의 고민을 담아 화두를 하나씩 들고 산다.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고 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화두다.

    본래 화두(話頭)란 선종의 간화선 수행법에서 말보다 앞서 있는 것, 말하기 이전의 소식이라는 뜻을 담은 말로서 수행자들이 참된 깨우침을 밝히기 위한 깊은 한 생각의 의단(疑團·의심덩어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화두는 누구든지 이대로만 하면 깨달음의 길이 된다는 뜻으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접하는 화두 중에는 무자화두(無字話頭)라고도 하는 구자무불성 화두를 많은 수행자들이 참구하고 이 화두를 통하여 가장 많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한 수행자가 조주(趙州)스님을 찾아가서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를 물었을 때 “무(無)”라고 답하여 이 화두가 생겨났다. 부처님은 일체 중생에게 틀림없이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이 있다고 하였는데, 조주스님은 왜 없다고 하였는가”를 의심하는 것이 이 무자화두법이다. 또 “이 뭐꼬?-이 무엇인고?”라는 화두는 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참된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의심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화두이다. 이러한 화두는 언어 이전의 소식으로 말 가운데 말이 없으면 살아 있는 말(活句)이고, 말 가운데 말이 있으면 쓸모없는 말(死句)이라고 하여 오로지 활구를 참구해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친다.

    오늘날 우리는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유익한 가르침을 받고 생활에 이로움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과 이야기들은 그랬나? 그랬어? 그래? 하면 될 일을 무슨 해 줄 말이 그리 많은지? 해야 될 말이 그리 많은지? 또 그것을 우리는 다 들어야 하는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그 많은 말들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맞는 말은 몇 구절이나 되는가 싶다. 더불어 살아 가면서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이해를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지만 말을 하지 아니 하고도 알아차릴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 없고, 그나마 말로써 말이 정리되면 쓸 만한 말일 것이지만, 말로써 말이 더 많아지면 그 말은 아니함만 못한 말이 될 것이다.

    원정 스님(전 창원 성주사 주지 진해청소년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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