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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산은 정치적 흥정 대상이 아니다- 조영제(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19-12-26 2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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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은 정책을 구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관련 법규야 새로 제정하지 않아도 기존 것을 활용할 수 있지만 예산은 해마다 확정되지 않으면 집행이 불가능하며 행정행위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회의 예산안 삭감은 의회 본연의 집행부 견제이자 지역주민들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견제 장치로 작용한다. 경상남도의회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통상적인 예산 심의절차는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특위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확정한다.

    비록 상임위 예비심사가 예결특위 심사를 법적으로 구속하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이를 존중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 의회제도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예산안 심사 역시 상임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것은 상임위의 전문성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를 양원제의 의회와 비교하면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는 하원이 상임위에, 형식적 심사가 이뤄지는 상원이 예결특위가 된다고 볼 수 있어, 실질적 심사가 이뤄지는 상임위 예비심사를 존중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교육위원회의 경우 이러한 전문성에 더해 정치적 중립성까지 요구되는데, 그것은 일반 지방자치제도와 달리 정당정치를 배제하고 있는 교육자치제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결과다. 이러한 교육위원회의 성격을 전제한다면, 교육위원회의 예비심사는 다른 상임위의 경우와 달리 더욱 존중할 이유가 무겁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교육청 예산과 관련한 예결특위의 행태는 매우 유감스러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된 교육위원회의 예비심사를 동의도 없이 복구시켰기 때문이다. 혹여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예산을 증액한다든지, 집행부에 포섭돼 어떠한 정치적 이익과 이번 예산안 복구를 교환했다든지 등의 이유로 교육위원회 예비심사를 무시했다면 앞서 언급한 이익정치나 야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짧게는 보름, 길게는 두 달 동안 예산안을 연구해 경남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정하기 위해 예산안을 삭감했는데, 이를 아무런 전문성 없는 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졸속으로 수정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의회가 집행부에 이러한 잘못된 선례를 통해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예비심사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예결특위에서 뒤집으면 되니까 예비심사 자체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칫 우리 의회가 표방하고 있는 상임위 중심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의회주의 관점에서도 매우 우려스럽다.

    따라서 예결특위의 이러한 잘못된 행태에 경종을 울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집행부 관계자들에게 고하는 바이다.

    조영제(경남도의원)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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