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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초선 사무총장, 양날의 칼을 쥐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2-25 20: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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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간의 단식투쟁에서 복귀하자마자 박완수(창원 의창구) 의원을 사무총장에 기용했다. 초선 사무총장 발탁은 전례 없는 파격이다. 특히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공천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사무총장은 대부분 3선 이상 중진이 맡는 중책이다.

    황교안은 강경투쟁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결기는 삭발과 단식, 장외집회를 거치면서 독기로 무장했다. 원외인 만큼 한국당에 빚이 없다. 이는 곧 누구든 내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적 쇄신 의지를 구현할 ‘칼잡이’로 박완수를 내세웠다. 황교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치권 때가 덜 묻은 초선에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하게 기존 틀을 깨라는 주문이다.

    두 살 터울인 황교안과 박완수는 정서를 공유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황교안 부모는 6·25전쟁 때 월남한 피란민이다. 부친이 고물상을 하면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박완수는 통영시 도산면 출생으로 학비가 없어 중학교 진학을 늦출 정도였다. 가난 속에서도 각각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자수성가형이다. 지난 2009년 황교안이 창원지검장 때 창원시장이던 박완수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에서 의기투합한 이들은 10년 세월을 거쳐 여의도에서 ‘한 배’를 탔다. 원외 당 대표와 초선 사무총장이 거대 정당 명운을 걸머진 형국이다.

    박완수의 평소 지론을 보면 공천 잣대를 가늠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국회 입성 후 입버릇처럼 ‘의원 3선 제한’을 강조했다. 단체장에게만 3선 제한을 적용하는건 불합리하다며 분개했다.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막상 현실에 무릎을 꿇었는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러한 소신이 사무총장이란 자리를 빌려 현실화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황교안이 그에게 공천 칼자루를 쥐여준 이유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한국당은 현역의원 교체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그 실행은 박완수의 칼끝에서 시작한다. 황교안이 나아가는 길을 터는 정지작업도 박완수 몫이다. 대권 걸림돌인 당내 경쟁 주자를 거침없이 베야 한다. 대권 잠룡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험지 출마를 권고하면서 불응시 공천탈락도 불사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반발 조짐은 후폭풍의 씨앗이다. 당내에선 ‘절대황정(絶對黃政)’이란 비아냥이 공공연하다. 5선 심재철을 원내대표로 선택한 당 여론은 황교안 독주에 대한 제동이다. 초선 사무총장에 대한 반감도 움튼다. 물갈이를 하려면 먼저 본인부터 내려놓으라는 수군거림이다. 박완수는 3선 창원시장 거쳤지만 정치 경험은 일천하다. 여기에 창원시란 속칭 한국당 ‘양지(陽地)’에서 단체장과 국회의원까지 10여 년간 군림한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역 여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이 읊조리는 ‘영남권 중진 퇴출론’에도 이율배반이란 얘기다.

    공천 칼날은 양날의 검이다. 남을 베면 자신도 상처를 입는 법이다. 경남만 하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무총장은 즐비하다. 강삼재·김영일·하순봉·이방호 총장 등 한때 정치권을 쥐락펴락했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한결같이 떠나는 뒷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여당 실세였지만 지역구에서 낙선하는 치욕을 겪었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자신은 피눈물을 쏟는 게 세상 이치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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