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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7) 제25화 부흥시대 47

‘무슨 일이 있나?’

  • 기사입력 : 2019-12-24 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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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공약이 재미있어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한국전쟁을 끝내겠대요.”

    김연자는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남자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일이 없을 때는 신문이나 책을 보고, 영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했다. 집에서는 경제학 책도 읽는다고 했다.

    ‘남자였으면 큰일을 하겠네.’

    이재영은 김연자에게 감탄했다.

    “대통령 선거가 언제야?”

    “지금 선거중이에요.”

    “투표 날은?”

    “주마다 달라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주 복잡해요.”

    “그럼 결과는 언제 알게 돼?”

    “11월이요.”

    “대통령 선거를 거의 1년 동안이나 한단 말이야? 무슨 선거가 그래?”

    “미국만 그래요.”

    김연자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설명을 했으나 이재영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이젠하워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정말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이재영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의 일상은 거의 비슷했다. 매일같이 집에서 나와 백화점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사장단과 회의를 하고 백화점을 오픈하기 위해 궁리를 했으나 전쟁이 끝날 조짐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김경숙은 때때로 한숨을 내쉬었다. 빨래를 하다가 한숨을 내쉬고 집안일을 하다가도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나?’

    이재영은 김경숙의 신상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다.

    1952년 새해가 밝았다. 김경숙이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자 이재영은 사장단과 중요한 사람들을 불러 점심을 같이하고 술을 마셨다. 새해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덕담도 나누었다.

    봄이 왔다.

    미국에서 원조물자가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은 농산물 외에는 생산 능력이 없는데도 경제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피란민들이 많아 실업자가 거리를 메우고 걸인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다.

    상이군인들도 많아졌다.

    “회장님,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어요.”

    김연자가 창밖을 내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었다. 봄이 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집수리를 하기 시작했다.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네.”

    이재영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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