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29일 (토)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8) 후덕재물(厚德載物)

-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

  • 기사입력 : 2019-12-24 08:05:02
  •   

  • 기해(2019)년 올해는 한국경제의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두 분이 세상을 떠났다. 12월 9일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전 회장이, 14일에는 LG그룹의 구자경(具滋璟)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두 분 다 재계 서열 2위에까지 오를 정도의 큰 경영을 했지만, 경영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김 회장은 정식으로 경제학을 공부하여 자신의 손으로 기업을 일으켜, 기발한 발상과 예리한 통찰력과 물불 가리지 않는 추진력으로 기업을 계속 확장시켜 신화를 써 가다가, 마지막에는 완전히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러 말년을 불우하게 보내다가 떠났다.

    구 회장은 초등 교사 출신으로 부친 회사에 일을 거들러 들어갔다가 기업총수가 되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구 회장은 인상이나 처신하는 방식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후덕재물(厚德載物)’이다. 이 말은 주역 곤괘(坤卦)에 나오는데, 곧 땅의 덕(德)을 상징하는 괘이다. 하늘의 햇볕과 비를 받아서 만물을 실어 길러주는 것이 땅이다. 군자가 땅의 이런 점을 본받아서 후한 덕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여 길러준다는 뜻이다.

    경영인이나 장사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매정하고 약삭빠르고 악착같은 그런 인상을 주는데, 구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고, 마음씨 좋은 소박한 시골사람 같다. 경영하는 방식도 순전히 자신이 몸으로 터득한 것이다. 처음에 부친 회사에 들어갔을 때, 판자로 된 방 침낭 속에서 4년을 잤고, 낮에는 생산품인 ‘동동구리무’ 운반하는 일을 했다. 이때 현장의 중요성을 익혀 경영의 큰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정식으로 경영학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서 가장 모범적이고 선진적으로 경영해 나갔다. ‘고객 만족’, ‘정도경영(正道經營)’ 등등의 경영학 용어를 맨 먼저 만들어 실천에 옮긴 분이 바로 구 회장이다. 이런 원리는 사실 집안에 대대로 전해 내려온 유학의 가르침이었다.

    인간존중의 경영을 하여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인재’라는 것을 맨 먼저 알고 실행했다. ‘연구소를 잘 지어야 좋은 과학자가 모여든다’ 해서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서 연구소를 맨 먼저 지었고, 그룹 직속의 종합연구소도 LG그룹이었다. 육성한 인재의 능력을 알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 업적을 인정해 주었다.

    1990년 최초로 기업공개를 했고, 전문경영인 도입도 맨 먼저 도입했다.

    해외에 생산 공장을 지은 것도 LG 컬러텔레비전 미국 공장이 우리나라 최초였다. 그는 25년 동안 LG그룹의 경제규모를 260억원에서 30조로 1150배나 성장시켰다.

    인화(人和)를 강조하면서 창의적이고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을 했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했다. ‘70살이 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1995년에 물러나, 나무 키우고 메주 만드는 평범한 노인으로 살았다. 이번에 장례식도 아주 간소하게 치렀다.

    많은 비판을 받는 경제인들 가운데서 드물게 존경을 받는 기업인으로 살다가 간 성공적인 일생이었다.

    * 厚 : 두터울 후. * 德 : 클 덕.

    * 載 : 실을 재. * 物 : 만물 물.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