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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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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6) 제25화 부흥시대 46

“그래도 음식을 좀 준비할게요”

  • 기사입력 : 2019-12-23 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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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백화점을 오픈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김연자도 백화점을 오픈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권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면서 서울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미군과 미군 군속들을 상대해야 하는 가게가 턱없이 부족했다.

    “전쟁 중인데 누가 오겠어?”

    “그래도 음식을 좀 준비할게요.”

    “그러던지.”

    이재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류순영이 살아 있을 때는 많은 음식을 준비하여 이웃들과 나누어먹고 세배를 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다. 류순영이 살아 있다고 해도 음식을 많이 차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날씨는 더욱 추워졌다.

    밤이 깊어지면서 삭풍이 허공을 달리는 소리가 들리고 유리창이 덜컹대고 흔들렸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었다.

    새해는 매서운 추위와 함께 왔다. 추위가 끝나기도 전에 공산군의 신정대공세가 펼쳐졌다. 중부전선으로 화력을 집중하여 맹렬하게 공격을 하는 바람에 유엔군과 한국군도 치열하게 맞섰다.

    미군은 대대적인 폭격을 감행했다. B52폭격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재영은 전쟁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적군의 공세가 심해지면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쟁을 왜 이렇게 하지?’

    전쟁 초기에 공산군은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고 미군은 참전을 하자마자 인천상륙작전을 전개하여 혜산까지 이르렀다. 중공군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공산군을 완전히 섬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전쟁이 고지전으로 바뀌었다. 공산군은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미군과 한국군도 진격하지 못했다. 양쪽은 기껏해야 산봉우리 몇 개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 번 전투가 벌어지면 수백명이 죽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군 전투기나 폭격기들은 압록강을 넘어가지 않았다. 소련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여올까봐 미국은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

    ‘왜 이런 전쟁을 하는 거지?’

    이재영은 전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적군은 틈틈이 대공세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재영은 백화점을 오픈하지 않았다.

    “회장님, 미국 대통령선거에 아이젠하워가 나온대요.”

    김연자가 미국 신문을 보면서 이재영에게 말했다. 김연자가 보는 신문은 한 달이나 지난 신문이었다.

    “아이젠하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그는 2차대전의 영웅이고 별이 다섯 개인 원수라고 했다.

    현역에서 은퇴하여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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