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신경과학 관점에서 바라본 ‘신의 기원’

저자 “신은 인간의 뇌에서 생겨난 것” 주장
호모하빌리스 등 초기 인류 뇌 진화과정 추적
뇌의 해부학적 변화와 신의 출현 증거 제시

  • 기사입력 : 2019-12-20 08:21:04
  •   

  • 오늘날 눈부신 과학문명이 발전해도 여전히 종교의 힘은 강력하다.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 복제가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에 대한 믿음’을 품고 신을 찾는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종교 유무에 상관없이 ‘신 또는 어떤 형태로든 영적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면 무신론자, 인본주의자, 유물론자들은 종교가 인간의 발명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신학을 뒤집으려 한다.

    이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최신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놀라운 답을 제시한다. 신이 인간의 뇌에서 생겨났으며 종교적인 믿음은 뇌 진화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진화가 우리를 신들과 공식 종교들로 이끌어온 여정은 참으로 비범하다. 우리 뇌는 진화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고 그것이 우리 삶에 띠는 함의를 생각할 수 있게 진화했다.”

    정신의학 전문가로 오랜 세월 뇌를 연구해온 저자는 약 200만 년 전의 호모하빌리스로부터 시작하여 호모에렉투스, 옛 호모사피엔스, 초기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현생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초기 인류의 뇌가 진화하면서 그에 따라 인지 및 행동의 변화가 발생하고 결국 신이 출현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약 200만 년 전 호모하빌리스의 뇌가 커지면서 더 영리해졌고 그러한 쪽으로의 변화가 지속됐고, 약 180만 년 전 호모에렉투스는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어 약 20만 년 전 옛 호모사피엔스에 속하는 네안데르탈종은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 즉 마음이론을 획득했고, 약 10만 년 전 초기 호모사피엔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자기성찰 능력을 획득했다. 그리고 약 4만 년 전 현생 호모사피엔스는 과거 경험을 활용해 미래를 계획하면서 시간선상의 앞뒤로 자신을 투사하는 능력인 자전적 기억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인지 능력의 획득은 농경의 혁명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이어졌고, 그러면서 몇몇 중요한 조상들이 신으로 간주되기에 이른다. 이후 규모가 커진 공동체 내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신의 유용성을 깨달으면서 신에 대한 믿음은 체계적인 종교가 되고, 정치와 종교는 서로를 뒷받침하며 문명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뇌의 해부학적 변화가 신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뒷받침하는 여러 과학적 증거들도 제시한다. 초기 인류의 두개골 연구, 고고학 유물 연구, 인간과 영장류의 사후 뇌 연구, 살아 있는 인간과 영장류의 뇌 영상 연구, 아동 발달 연구들을 밀도 있게 결합하고 분석하여 초기 인류의 뇌 진화와 인지 발달 과정을 추적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뇌와 종교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인지혁명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유발 하라리는 변방의 유인원이었던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인지혁명을 꼽으며 이 혁명의 핵심은 바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종교의 영향은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인류 역사에 종교가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종교를 빼놓고 인류 문명사를 이야기할 수 없으며, 따라서 신의 기원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크다. 이명용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명용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