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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밀양 트윈터널 나들이

반짝반짝 빛의 마법, 폐터널이 살아났다

  • 기사입력 : 2019-12-19 20: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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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수송수단으로 거침없이 달리던 기찻길이 다양한 교통수단과 최첨단 열차에 밀리며 하나둘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면서 버려진 폐터널이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며 새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경북 청도의 와인동굴과 광양와인동굴은 시원한 폐터널의 장점을 살려 와인동굴로 변신했다. 384m의 순창향가터널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200m의 단양수양개빛터널은 복합멀티미디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전남 광양의 광양에코파크도 옛 경전선 폐터널인 석정 2터널을 활용해 어린이를 위한 동굴체험학습장을 만들었다. 경남에도 최근 김해 생림에 복합문화공간인 마사터널이 개장했고, 사천에 다래와인갤러리도 있다.

    밀양 트윈터널을 찾은 관광객들이 색색의 등이 달린 ‘차원의 길’을 지나고 있다./김승권 기자/
    밀양 트윈터널을 찾은 관광객들이 색색의 등이 달린 ‘차원의 길’을 지나고 있다./김승권 기자/

    밀양 삼랑진에도 폐터널을 활용해 환상적인 빛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쌍둥이 터널인 트윈터널이 생겼다. 폐터널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피서지로,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놀이 쉼터로 안성맞춤이어서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트윈터널의 역사= 트윈터널은 전국의 다른 폐터널보다도 훨씬 긴 900m에 달한다. 입구인 상행터널이 457m, 출구인 하행터널이 443m에 달한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데 산책코스로 적당한 1㎞를 걷게 된다.

    트윈터널은 남밀양 IC에서 9㎞, 삼랑진역에서 6㎞가량 떨어진 삼랑진 밀양강 변에 있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곡식을 비롯해 각종 광물을 원활하게 실어 나르기 위해 전국에 기찻길을 만들었고, 밀양에도 1902년 경부선 철도를 놓았고, 하행터널도 이때 만들어졌다. 상행터널은 부산항으로 물자수송이 늘어나자 또 다른 터널을 만들었고 1940년 개통하게 된다. 이 터널은 달이 없는 곳이라는 지명에 따라 ‘무월산(無月山)터널’이라 불렸고, 지난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두 터널이 동시에 이용이 중단됐다. 13년여간 폐터널로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던 두 터널은 2017년 하나로 연결해 트윈터널로 재탄생하게 됐다.


    ◇백년 된 열차 터널 속으로 환상체험= 트윈터널은 빛을 테마로 긴 터널을 걸으며 섹터별로 구성된 다채로운 모습이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있어 마감 1시간 전까지만 입장하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두 개의 입구 중 오른쪽이 입구다. 입구에서 마치 블랙홀로 빠져들 것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림막을 제치고 들어가면 1억 개의 알록달록 LED 별빛이 등 뒤의 세상과는 완연하게 다른 세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터널 위에는 둥근 행성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마치 우주 속으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빛이 주는 황홀한 마법에 이끌리다 보면 아쿠아빌리지의 세상이 열린다. 빛의 세상과는 달리 위에는 해파리 모양의 조명이 비치고 거대한 곰치 모양의 긴 수족관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고기들이 담겨 있어 마치 해저터널 속에 들어온 듯하다.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몽환의 오색구슬이 방울방울 다른 차원의 세계로 끌어 들이는가 싶더니 다시 거북이 형상과 대형 조개, 상어, 고래 등이 수시로 붉게도 푸르게도 바뀌는 조명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끝날 듯싶었던 해저여행은 다시 피시솔저의 세계로 이어졌고 물고기 병사와 상어떼 등을 지나자 드디어 상행터널의 끝인 아쿠아캐슬에 다다른다. 막다른 터널은 옆 하행터널과 연결해 유턴하도록 돼 있다.

    하행터널 첫 장소는 별빛마을로 사진찍기 그만인 푸른 하늘과 우물이 자리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돌리면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 온다. 무섭게 생긴 용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날아온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래곤의 나는 모습을 여러 개 설치해 놓고 하나씩 빠르게 점멸하며 날아오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는 용의 모습만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해 잠정 중단하고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는 벽면과 천장, 바닥까지 거울을 넣어 빛의 효과를 더 살릴 예정이다.


    이곳을 지나면 연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LOVE 페스티벌이 시작된다. 연인들은 하트모양의 터널이 이어지면서 황홀한 빛으로 순간순간 바뀌어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으로 정답게 포즈를 취해 순간을 남긴다. 조명만이 아니라 터널 속을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자극한다. 벽면에는 하트 모양의 종이에 사랑의 맹세나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도 빼곡하다.



    잠시 숨 돌리는 듯했지만 포토피아의 문을 여는 순간 어느새 황금보리밭 사잇길을 걷는 듯한 불빛 쇼가 펼쳐지고, 또 어느 순간 터널 천장에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우산에 눈을 빼앗긴다. 여기서 잠시 40대 이상의 연령이라면 기억날 로봇태권V 산수화가 추억 속으로 이끈다. 벽면에는 로봇태권V 탄생 40주년 기념으로 김청기 감독이 직접 그린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통 산수화 그림 속에 갓을 쓴 사람들과 머리를 땋은 아이들이 로봇태권V와 같이 어울려 V자를 들어 보이거나 아이와 손가락을 맞대는 등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특별전 소개에는 엉뚱 산수화라고 붙여져 있다. 로봇태권V 산수화 작품이 여기에 전시된 것은 애니메이션계에 종사했던 트윈터널 디자인팀 총감독과 김청기 감독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긴장을 푸는 순간 이제는 겨울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미니어처 산타, 눈 속에 기차가 다니는 마을, 회전목마와 루돌프가 끄는 마차, 난데없는 북극곰까지 겨울 속으로 밀어 넣는다. 긴 여행의 마무리는 화사한 벚꽃과 장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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