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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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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의 생명은 존귀하다- 김태명(경남장애인재활협회장)

  • 기사입력 : 2019-12-18 2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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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삶의 여유를 찾기가 어려워 가끔 시간이 나면 머리를 식힐 겸 산책을 한다. 며칠 전에는 창원 시내를 두르고 있는 산자락 둘레길을 걷다 왔다.

    잘 조성된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오래전에 태풍의 영향으로 뿌리를 드러낸 채 바닥에 쓰러졌던 소나무가 죽지 않고 가지를 기둥처럼 꼿꼿하게 세워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까이에서 쓰러져 있던 아카시 나무도 같은 형태로 죽지 않고 튼튼하게 살아있었다. 그 나무들을 보면서 순간 강한 생명력의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쓰러진 나무가 절망과 좌절을 이겨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감동이 자연스럽게 후천적 장애를 극복해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장애인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우리 주변에는 각종 산업현장이나 교통현장, 질환 때문에 후천적 장애를 입고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재활과 자립에 성공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시되지만 재활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과 국가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장애인 재활을 후원하는 일을 시작하던 20여 년 전에 비해 장애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은 크게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적 개선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최근에 다시 한 번 새로운 하나의 벽으로 다가온 것이 장애인들이 일할 기회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재활의 핵심은 ‘일할 기회 제공’이다. 장애인 복지법의 방점도 ‘직업재활’이다. 선천적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차츰 국가책임제 정책으로 정착돼 가고 있어 희망이 보이지만 후천적 장애인들의 경우는 개선은커녕 새로운 벽도 생기고 있다.

    지역마다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고 장애인 재활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치 또한 높다. 후천적 장애인들에게 중요한 자립과 재활의지를 높여 종래 사회에 복귀시켜 공동체적 삶을 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 시설의 중요활동은 장애인들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과 장애 정도를 감안한 적절한 노동을 부여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운영상 어려움을 맞았다고 한다. 최저임금 적용 때문이다. 최저입금법에 따라 작업능력이 70%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뿐이겠는가. 오래전부터 일반 기업들은 생산성 때문에 장애인들 고용을 기피하고, 주위 도움 없이 자영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사회가, 주변 여건이 어렵다고 지레 좌절하거나 재활을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생명은 존귀하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처럼 아직 정책적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장애인 스스로의 재활 자립의지가 있는 한 그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제 가지를 기둥으로 세우며 재활의 길을 가듯이 우리 장애인들도 불굴의 의지로 절망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자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태명(경남장애인재활협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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