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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3) 제25화 부흥시대 43

“회장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 기사입력 : 2019-12-18 0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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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자유당이 창당되던 지난 10월에 그가 재정부장에 선출되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일이 있었다. 이재영은 사무실에서 그를 맞이했다.

    “회장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박두영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걸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여전히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그래. 잘 지냈나? 자유당 창당에 크게 기여를 했더군. 신문에서 봤네. 앉아.”

    이재영이 박두영과 악수를 나누고 소파에 앉게 했다.

    “하하. 제가 뭐 한 일이 있습니까?”

    이재영은 박두영과 마주앉았다.

    김연자가 차를 놓고 나갔다. 이재영은 그에게 차를 권했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길인가?”

    “예. 어제 올라왔습니다.”

    “부산은 여전하지?”

    “야당 정치인들이 떠들어대고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경상남도에도 계엄령이 선포될 것입니다. 그럼 야당 국회의원들이 꼼짝을 못하지요. 핫핫!”

    박두영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회장님, 백화점은 오픈하지 않습니까?”

    “전쟁 중인데 어떻게 오픈을 하나?”

    “에이… 전쟁이야 금방 끝날 텐데요. 뭐. 미국인들이 전쟁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전쟁이 계속되면 3차대전이 된다고 합니다.”

    “3차대전?”

    “소련과 중국과 전쟁을 해야 되는데 미국의 여론이 전쟁을 반대한답니다.”

    “그럼 휴전이 이루어진다는 건가?”

    “그렇게 될 겁니다.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대통령?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말인가?”

    “예. 미국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양반이 대통령 아니십니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이 휴전을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통령을 만났나?”

    이재영은 바짝 긴장했다. 박두영은 관직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빠르게 신분 상승을 하고 있었다.

    “예. 벌써 두 번이나 뵈었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헌법개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제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박두영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헌법을 고치려고?”

    “지금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는데 개헌을 해서 국민들이 직접 뽑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당을 창당한 것입니다. 대통령직선제 개헌… 회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자네는 내 식구 아닌가? 필요한 게 있다면 도와주어야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보게.”

    이재영은 정치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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