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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7) 한량자경(限量自警)

- 양을 제한하여 스스로를 경계하다

  • 기사입력 : 2019-12-17 0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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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진(東晋)의 유명한 시인인 도연명(陶淵明)의 조부는 도간(陶侃)이다. 도간은 고을의 말단 관리로 벼슬길에 나가 나중에 대장군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평생 술을 마셔도 석 잔 이상 안 넘은 것으로 유명하다. 도간의 부친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남의 삯바느질 등 힘든 일을 해서 어렵게 도간을 키웠다. 그러나 아주 엄하게 키웠다.

    처음에 도간이 고향 심양(?陽)의 말단 관리가 되었다. 어느 날 고을의 관아에서 개최하는 잔치에서 크게 술에 취하여 주정을 부렸다.

    다음 날 술에서 깨어나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엄하게 나무랐다. “술 하나도 자기 뜻대로 절제를 못하면서 어떻게 장차 국가민족을 위해서 공을 세운단 말이냐?” 도간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어머니는 “지금부터 자신을 엄하게 단속하여 술을 마셔도 석 잔을 넘지 않도록 해라”라고 명령했다. 도간은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맹세했다.

    도간이 대장군이 되어 반란군을 진압한 뒤에 은호(殷浩) 등 조정의 관료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주흥이 도도해지자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은호가 잔을 들어 “장군! 이번에 반란을 진압하여 국가를 위해서 큰 공을 세웠으니 한 잔 올리겠습니다”라고 하며 권하자 도간은 통쾌하게 단숨에 마셨다.

    이어서 유익(庾翼)이란 명사가 또 잔을 들어 권하였다. 그러자 도간은 “미안합니다. 제가 마실 양은 이미 다 마셔 더 마실 수가 없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유익은 기분이 나빠졌다. 조금 전 은호가 권한 술잔은 호쾌하게 마시더니 자기 잔은 거절하니 말이다. 옆에 있던 은호는 “장군의 주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아는데, 왜 그러십니까?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 시원하게 마시지요”라고 권했다.

    그러자 도간은 구슬픈 얼굴빛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더니,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직에 처음 나왔을 때 고을의 잔치에서 크게 취해서 실수를 했습니다. 그때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저에게 석 잔 이상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 이후로 술을 석 잔 이상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 이미 석 잔을 마셨으니 더 이상 마실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은호와 유익 등 여러 사람들도 숙연히 눈시울을 적셨다.

    도간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어머님과의 약속을 그대로 지켜나갔다. 약속은 자신과의 약속이 지키기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은 부모형제 등 가까운 친척과의 약속이 어렵다.

    연말이 다가오니 술 마실 일이 많아지게 되어 있다. 자신의 주량을 제한하여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고서 다음날 사과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술 마시고 한 실수라고 쉽게 용서하는데, 술 마셨다 해도 실수할 정도까지는 안 가야 한다.

    * 限 : 한계 한.

    * 量 : 헤아릴 량. 수량 량.

    * 自 : 스스로 자.

    * 警 : 경계할 경.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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