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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31) 제25화 부흥시대 41

“일어나야지.”

  • 기사입력 : 2019-12-16 0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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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다. 밤에도 배가 다니는 것일까. 때때로 뱃고동소리가 길게 울리고는 했다. 그 소리에 창문이 부르르 떨렸다. 어쩌면 미군 수송선이나 원조물자를 실어오는 외국의 화물선인지도 몰랐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원조물자를 실은 화물선이 모두 부산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재영은 영주와 사랑을 나누었다.

    이 아이는 전생에 나와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어서 여관방에서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일까.

    영주의 몸은 뜨거웠다. 이재영은 영주의 뜨거운 몸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갔다.

    이재영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창으로 날이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영주는 새근거리고 자고 있다. 기생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밤에는 손님들에게 술과 웃음을 팔고 낮에는 정오가 지나서야 깨어난다.

    영주는 아침 9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을 자느라고 머리가 부스스 했다. 이재영이 영주의 잠자는 얼굴을 들여다보자 예뻤다.

    이재영이 그녀의 입술에 가만히 입술을 얹었다. 그제야 영주가 눈을 뜨고 방긋 웃었다.

    “일어나야지.”

    “벌써요.”

    “9시가 넘었어.”

    “우리는 한나절이 되어야 일어나는데.”

    영주가 길게 하품을 했다. 이재영은 그녀가 귀여웠다. 이재영이 그녀에게 엎드렸다. 그녀가 두 팔을 벌려 이재영을 껴안았다. 이재영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영리한 새는 일찍 일어나는 법이야.”

    “왜요?”

    “일찍 일어나야 벌레를 많이 잡아먹지.”

    “나는 벌레 안 먹어요.”

    영주의 말에 이재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영주가 웃자고 한 소리일까.

    “벌레는 안 먹어도 해장국이나 먹자.”

    이재영은 영주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네.”

    영주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세수를 한 뒤에 머리를 빗고 옷을 입었다. 이재영은 세수만 하고 옷을 입었다. 밖으로 나오자 거리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눈이 많이 왔네.”

    영주가 거리에 쌓인 눈을 보고 중얼거렸다. 눈은 거의 발목이 묻힐 정도로 쌓여 있었다. 부산은 눈이 쌓이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고 요정으로 돌아왔다.

    부산은 개헌 파동과 호남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되어 어수선했다.

    휴전회담 반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시위도 계속되었다.

    계엄령은 인민군 잔류 세력인 공비들을 소탕한다는 명분이지만 전쟁을 하는 군인들이 동원되어 살벌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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