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729) 제25화 부흥시대 39

“순댓국집이 하나 있었어”

  • 기사입력 : 2019-12-12 08:11:36
  •   

  • 그것은 손님이 많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용과 친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말씀해 주세요.”

    “조선시대 남대문에 순댓국집이 하나 있었어. 하루는 새벽에 상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어. 주인은 친절하게 맞이하고 순댓국을 내왔어. 손님은 순댓국을 맛있게 먹고 값을 치르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다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어. 돈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거야.”

    “어머!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손님이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하자 주인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면서 다음에 가져오라고 했어. 손님이 몇 번이나 사례를 하고 돌아갔는데 그 뒤부터 이상하게 손님이 밀려오기 시작했어. 주인은 많은 돈을 벌었어.”

    “손님이 신선이었어요? 도술이라도 부렸어요?”

    “아니야. 손님이 만나는 사람마다 그 집이 친절하다고 자랑을 한 거야.”

    “아… 입소문이 퍼진 거네요.”

    “그렇지.”

    “그게 끝이에요?”

    “아니야. 근처에 사는 포졸이 장사가 잘 되는 그 집을 보고 부러워하기 시작했어. 돈을 많이 버는 걸 보니까 배가 아픈 거지. 포졸도 부자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주인에게 순댓국집을 자신에게 팔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어. 팔지 않으려고 하는데 막무가내로 협박을 하고… 주인은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쉬고 싶었어. 포졸이 계속 팔라고 요구하자 높은 가격에 팔았어.”

    “포졸이 나쁜 사람이네요.”

    “포졸은 포도청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 그는 돈을 많이 벌 생각에 신이 났지.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눈알을 부라리면서 드나드는 손님들을 감시했어.”

    “왜 손님들에게 눈알을 부라려요?”

    “혹시라도 돈을 내지 않는 손님이 있을까봐 그런 거지. 그런데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거야. 하루는 새벽에 상복 입은 손님이 찾아왔어. 포졸은 아침부터 재수 없게 상복 입은 손님이 왔다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면서 순댓국을 내주었어. 손님은 순댓국을 맛있게 먹고 돈이 없다는 거야. 포졸은 화가 치밀어 손님에게 마구 주먹질을 하고 발로 짓밟았어. 그런데 이튿날 포졸이 와서 잡아 갔어. 상복 입은 사람이 높은 관리였거든.”

    “어머!”

    “포졸은 합의를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어.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결국 망했지. 왜 그런지 알겠어?”

    “모르겠어요.”

    “포졸은 손님을 오로지 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감시하고 인상을 쓰고 있었던 거야. 사람들은 인상이 사나운 그 집을 멀리하게 된 거지.”

    “그래서 친절하게 웃는 게 중요하네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