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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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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혹은 개 같거나 - 개가 타고 있어요 - 김미숙

  • 기사입력 : 2019-12-12 08: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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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커를 언뜻 이해 못했다

    진짜 개가 타고 있다는 것인지

    개 같은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인지

    개가 열불 난다는 것인지

    개가 탔다면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누구 개가 더 센지 붙어보자는 것인지

    개 같은 누가 더 센지 붙어보자는 것인지

    다 타기 전에 불 조절하라는 것인지

    요즘 인격이란 게

    개보다 못하거나 더하거나

    개 같거나


    ☞ 어느 날 지인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한 순간 망설임도 없이 내뱉은 그의 즉답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가끔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동물에 관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대부분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 관한 것들이다. 사람을 대신해 동고동락하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척도가 높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가족애나 인간애)을 연결하는 요즘의 사회 구조가 상대적으로 그만큼 척박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오늘 시인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초보운전이라든지, 아니면 아이나 노약자가 타고 있음을 알리는 문구를 본 게 아니라 ‘개가 타고 있어요’라고 쓰여진 스티커를 봤다. ‘진짜 개가 타고 있는 것인지’, ‘개 같은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개 같거나, 개보다 못하거나 더한’ 인간의 나락(奈落)을 바라본다.

    겨울로 접어들어 그런지 갑자기 군불로 뜨끈하게 데워진 구들장이 그리워진다. -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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