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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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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오케이, 부머’씨, 내년에 또 출마하십니까?- 정일근(시인·경남대 석좌교수)

  • 기사입력 : 2019-12-10 20: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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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외신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뉴질랜드 의회 녹색당 소속 여성의원인 25세 클로에 스와블릭 씨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없애는 ‘탄소제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었다. 여성이며, 25세 젊은 의원이라서 관심을 끈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법안 발언 중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성세대 의원들의 야유와 저지 발언에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재빠르게 응수하곤 흔들리지 않는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오케이, 부머’ 발언에 기성세대 의원은 어리둥절했을 뿐인데, 서구의 ‘밀레니엄 세대’의 환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기성정치가 기후변화 위기를 알면서 방치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젊은 세대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나이 비교에 뉴질랜드 의회의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 의원’들은 야유했지만, ‘오케이, 부머’ 이 한마디로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그녀의 ‘오케이, 부머’를 우리말로 풀어서 하면 ‘알았어요, 꼰대 씨’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베이비부머들에겐 수십 년간 쌓인 잘못에 대해 설명해도 모르니 젊은 세대는 그냥 ‘알았어’라고 답한다고, 신조어·속어 웹페이지인 ‘어반 딕셔너리’는 설명하고 있다. ‘부머’의 한국말은 ‘꼰대(꼰데)’다.

    나도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다. 유튜브를 통해 그녀의 발언을 들어보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오케이, 부머’란 말을 처음에는 알아 듣지 못했다. 여러 번 반복 끝에 알아듣고는, 나 역시 꼰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20만 명의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정의한다. 그 세대가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중에서 정년이 65세까지 보장되는 대학교수 그룹 역시 새해부터 대학에서 물러난다. 만 65세면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으로 분류된다. 베이비부머가 법정 노인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년이 없는 정치계는 여전히 철밥그릇이라서, 국회의원을 20년 이상 직업으로 가진 정치인이 많은 현실이다.

    젊은 세대는 베이비부머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거침없이 ‘꼰대(꼰데)’라 부른다. 원래 꼰대는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이 쓰던 은어’였다. 근래에 들어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이다.

    어느새 베이비부머가 꼰대의 핵심세대가 됐다. 부흥하던 나라 덕에 많은 것을 누리고 주인행세하며 살았기에 자식뻘의 젊은 세대가 불안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지 않고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당신도 꼰대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금배지를 단 ‘오케이, 부머’ 씨들이,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잡기 위해 ‘아싸’였던 그들이 ‘핵인싸’로 돌변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당리당략에 빠져있던 ‘오케이 부머’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젊은 세대가 투표로 청산해야 한다. 또한 젊은 피가 적극 수혈돼 국회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게 만들길 기대해본다. 오랜 무지로 귀가 먹은, 그러면서 권력과 금력을 가진 ‘오케이, 부머’를 젊은 세대만이 ‘청산각’을 만들 수 있다.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들 빈말이 내 꿈을 뺏었다’며 세계 정상을 야단친 16세의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렌타 툰베리 양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일이 시사하는 바가 얼마나 큰 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지난 9일 핀란드에서 역대, 전 세계 최연소 34살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는 사실도 되새겨야 할 일이다.

    정일근(시인·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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