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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달갑지 않을 北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12-09 20: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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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과 미국의 말폭탄 주고받기가 언쟁에서 벗어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북미대화 이후 대북제재 완화 등을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의미하는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 정찰기는 연일 한반도와 동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동향을 정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과 5월 판문점 북측 통일각, 9월 평양에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와 올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담은 내용들이 오가며 대화의 판이 열릴 때만 해도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길이 모색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3월 북미간 하노이 회담과 10월 스톡홀롬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시간은 흘러가면서 북한은 또다시 핵카드를 꺼내들며 극단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결국 지난 3일 북한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크리스마스 전후 도발을 경고했다.

    북미 양측의 언쟁도발은 수위를 넘어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언급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의 망녕’이라며 맞받아쳤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미국을 압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에 대해 “양 정상은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조기 협상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브리핑 내용으로만 보면 원칙론적인 얘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감지되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처는 차분하다 못해 조용하다.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보이지는 않는다. 그동안 북한과 평화무대를 조성해오면서 남북정상회담 때 적극적으로 성과를 홍보하던 모습과는 온도차가 크다. 북한은 우리 정부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해안포 발사를 감행하는 등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핵을 담보로 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싫든 좋든 이 싸움의 한가운데는 수천만 우리 국민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목숨을 딴 나라의 결정에 맡겨놓고 기다리는 꼴이다.

    두 나라의 선택에 따라 드러나게 될 북의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랬든 저랬든 우리에게 결코 즐겁지도, 달갑지도 않을 것은 뻔하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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