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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25) 제25화 부흥시대 35

“나한테 기대”

  • 기사입력 : 2019-12-06 08: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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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멀리 영도를 응시했다. 눈이라도 오려는 것일까. 영도는 잿빛으로 어둠침침했다. 인구는 부산이 16만, 영도는 5만이나 된다. 피란민이 몰려와 인구는 두 배가 되었다.

    “정말이요? 꼭 부탁드려요.”

    영주가 환성을 질렀다.

    “그렇게 가고 싶어?”

    “네.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 왜 가지 않았어?”

    “기생의 몸으로 어떻게 혼자 가요? 남자와 같이 가면 모를까. 사장님이 데려가 주세요.”

    영주가 다짐이라도 받듯이 말했다.

    “알았어.”

    이재영은 영주가 사연이 많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고향을 떠나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그래도 고향은 영주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영주.”

    “네?”

    “앞으로 요정을 잘 운영해야 돼. 영주에게도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 줄게.”

    부산의 요정은 영주가 책임을 져야 했다. 미월이 철저하게 단속을 하겠지만 몇 마디 일러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할게요.”

    “요정이든 사업이든 책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아. 아랫사람들을 잘 이끌고 손해가 나지 않게 해야 돼.”

    “네.”

    “기생들은 나이가 들면 부자의 첩이 되지 않으면 어렵게 산다고 하더군. 대부분의 기생들이 기둥서방에게 빠져 돈을 물 쓰듯이 쓰고 결국은 빈털터리가 된다는 거야. 영주의 말년을 위해서도 잘해야 돼. 이철규가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올 거니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고….”

    “사장님께서도 도와주세요.

    “나야 당연히 돕지.”

    바닷가라 바람이 차가웠다. 바다는 많은 배들이 오가고 있었다. 배들이 울리는 무적소리가 태종대까지 들렸다. 영주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추워?”

    “약간이요.”

    “나한테 기대.”

    이재영은 영주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영주가 다소곳이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머리를 빗어 비녀를 꼽고 있었다.

    이내 오후 네 시가 되었다. 사이렌 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둔중하게 들리면서 부산쪽 다리 상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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