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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 정은상(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12-02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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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상 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매주 일요일마다 창원시 합포구 신마산 댓거리에서는 아침을 깨우는 소위 번개시장이 열린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신마산 번개시장은 독립적인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상권 활성화와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6시부터 10시까지 제한된 시간에만 장이 형성된다.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번개시장에서 손님을 청하는 장사꾼들의 활기찬 모습이나 시끌벅적함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향수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이 있다. 지난 추석 전부터는 1명, 11월부터는 2~3명의 지체장애인들이 때로는 앉은 상태로, 또 때로는 하반신을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의지해서 녹음기 노래와 함께 구걸행위를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나라에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더군다나 50년 전 장마당의 지체장애인 구걸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은 우리를 화나게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상황은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 슬프게 한다. 고도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국민들이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잘 할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추운 아침에 비를 맞으며 길거리로 구걸을 다닐 정도로 궁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자화상인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2018년 12월 27일)함에 따라 장애인연금액이 일정 부분 상향된 걸로 알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누군가 이들이 구걸한 돈을 편취하고 조종하고 있는가, 아니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배려의 부족인가?

    대책방안으로 장애인복지법의 사각지대에 처한 수많은 지체장애인이 법에 따라서 장애인 수당이 적절하게 지급돼야 하고, 법과 제도의 맹점이 있다면 바로잡고, 법이 미치지 못할 경우는 지방 조례나 특별법을 시급히 제정해 이들을 케어(care)해야 할 것이다.

    정은상(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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