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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니까?-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12-02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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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관과 소방관은 시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늘 국민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한다. 또한 시민의 위기 때에 앞장서서 든든한 울타리와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19, 112 번호는 외우고 있다. 유치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는 경찰차와 소방차이다. 그렇게 사랑과 응원을 받는 경찰과 소방관은 어떤 어려움도 두려움 없이 헤쳐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지난 10월 우울증을 앓던 20대 경찰이 자신이 근무하던 경찰청 옥상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소방관의 순직과 자살은 그 수가 비슷하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온갖 험한 곳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경찰과 소방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이 구하거나 지켜내지 못한 대상에 대한 죄책감과 동료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인해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를 지켜주는 경찰관과 소방관이 위기에 몰려 있다. 이들을 위해 국가에서 찾아가는 상담이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 이들이 치료받기 위해 빠지게 되는 시간은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채워져야 하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친근하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의 정서적, 신체적 건강이 관리되지 못하면 시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우체부들 역시 과로사 혹은 자살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도 가끔 보도되고 있다.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어떤 기관의 팀원들은 정신건강의 균형과 사업을 위해 상담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상 생겨난 트라우마로 인해 팀원 전체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그나마 상담을 받고 있는 곳은 행운이다. 시민을 돌보는 일을 하는 직업군에 대한 특별한 지원과 돌봄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앞서 열거한 직업군들은 공통적으로 인력난과 과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과 2022년까지 2만명 충원 소식은 가뭄에 단비며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안전과 보호 그리고 복지를 책임지는 이들의 열악한 상황과 이들의 복지 함몰은 심각하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사회복지사 두 명이 만나서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이야기로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자신은 돌봄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복지사각지대에 있으니 얼마나 자존감 떨어지는 일인가 싶다.

    지난 시간 우리 사회는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그리고 늘어만 가는 사회복지의 요구에 진정한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복지 예산을 늘려 잡고 있으며 시민의 복지를 위해 예산의 상당액을 투자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시민의 가까운 곳에서 시민의 복지를 위해 애쓰지만 정작 자신이 힘들고 아프고 배고프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직업군에 있는 이들을 위해 배정하는 예산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라 본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배고파도 배고프다 말하지 못하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달픔과 서글픔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배려해 주기를 희망해 본다.

    행복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우리 모두는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시민을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도 이렇게 물어봐주면 좋겠다. “행복하십니까?” 그리고 그들의 대답이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을 말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이 행복하다 대답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더불어 국민의 대부분이 행복하다 평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꿈같은 세상이 오기를 꿈꿔 본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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