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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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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19) 제25화 부흥시대 29

“망자의 남편이 있습니까?”

  • 기사입력 : 2019-11-28 07: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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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비로소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가 손을 쓰면 성식은 얼마든지 후방으로 배속시킬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바람까지 불었다. 바람 때문에 이재영은 선잠을 잤다. 연심의 웃는 얼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왔다. 새벽이 되자 미월이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재영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비로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냉기가 스며들어왔다.

    “추운 날씨에는 얼큰한 우거지탕이 최고예요.”

    미월이 우거지탕으로 아침상을 차렸다.

    9시가 넘어서 청운사로 걸어갔다. 눈이 얼어 빙판길이 되고 날씨가 살을 엘 듯이 추웠다. 날씨가 추운데도 기생들이 40여명이나 모였다. 연심의 명복을 비는 재를 올린다는 말을 들은 기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것이다. 남자는 연심과 함께 요정에서 일을 하던 직원들 몇이 참석했다. 요정에도 상을 옮긴다든가 숙수를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남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몹시 차갑습니다.”

    스님이 나와서 합장을 했다. 50대로 보이는 후덕한 인상의 스님이었다. 이재영도 조용히 합장했다.

    재를 올리는 형식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스님이 염불을 하고 이재영은 미월과 함께 위패를 모시고 절을 했다. 기생들도 일제히 절을 했다.

    부처 앞에는 떡, 과일 등 약간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스님이 독경을 하는 동안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이재영은 연심과의 만난 일을 회상했다. 연심이 젊은 나이에 죽어 안타까웠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산역에 배웅을 하러 나왔던 모습이었다.

    “망자의 남편이 있습니까?”

    스님이 독경을 마치고 미월을 응시했다. 미월이 이재영을 응시했다. 이재영은 망설였다. 그는 연심의 남편이 아니다.

    “나가요.”

    미월이 옆구리를 찔렀다. 이재영은 당황했다. 뒤에서 기생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만리장성도 쌓았으면서… 외롭게 보낼 거예요?”

    미월이 눈을 흘겼다. 이재영은 앞으로 나갔다.

    “망자에게 술을 따라 올리시오.”

    이재영은 빈 잔에 술을 따라 연심의 위패 앞에 놓았다.

    “연심은 참 좋은 이름입니다. 연꽃은 부처님을 상징하고… 거기에 마음 심까지 더하였으니 부처님 마음이지요. 고인은 극락왕생을 할 것입니다.”

    스님은 5분 정도 독경을 했다.

    연심의 명복을 비는 재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날씨도 추운데… 우리 집에 가서 술 한잔 하고 가요.”

    미월이 기생들에게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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