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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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숙의민주주의시대 열다] (5) 공론화 안착시키려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숙의형 토론문화’ 만들어야

  • 기사입력 : 2019-11-27 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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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갈등이 불거졌을 때 가장 자주 하는 변명은 절차상 법적 하자가 없다거나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했다, 향후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지자체의 정책·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정보와 참여수단 부족을 호소한다.

    행정절차법이나 지방자치법에 보장된 시민의 행정 참여방법이나 범위 등은 한계와 제약이 있는 반면 보다 적극적인 시민의견 수렴, 갈등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시대에 발맞춰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책으로 공론화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공론화를 정착시키려면 공론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숙의형 토론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갈등해결이나 정책결정을 위한 공론화에 공감대 형성, 의제에 맞는 적합한 공론기법을 활용한 객관적, 중립적인 진행, 전문적인 조직 마련, 법적 근거 마련, 한국형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 지속적 교육과 사회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나라 공론화작업의 문제점=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를 비롯해 국내 여러 지방정부 등에서 이뤄진 다양한 공론화 사례의 문제로 사회구성원 간, 국민과 정부 간 신뢰관계가 강력하게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문화에 낯설다는 점, 공론화제도에 대한 인식이나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 정부·지방정부 등이 공론화작업을 운영하는 전문성이 낮다는 점, 참여자들의 자발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꼽힌다.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숙의, 사회적 합의, 상호간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론화 개념 바로 알아야= 공론화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합한 기법을 활용해 공론화를 추진, 숙의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정책을 수용하게 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 게 바람직한 공론화다.

    공론화를 제대로 하려면 ‘공론화’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작업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공론화제도에 대해 알게 됐지만 아직 공론화와 갈등조정, 참여형과 숙의형을 혼용하거나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공론화’란 의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숙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공론화라 부르기 힘들고 시민의 단순 참여도 숙의라 볼 수 없다.

    특히 공론화와 사후갈등관리 절차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의 공론화와 이후의 갈등조정은 다르며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론화를 추진할 경우 자칫 더 큰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론화’를 연구해온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장은 “우리 사회가 추진한 공론화작업을 보면 공론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해당 의제가 사후 갈등관리 절차가 필요한지, 공론화가 필요한지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종헌 실장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 정보로 시민들이 토론하고 전문가와 질의·답변, 숙의하면서 자기 선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공론화의 전제이자 장점이다”며 “정책이나 사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리 지역을 위해 더 좋은 선택이 무엇일지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결정이 다 이뤄지고 개인의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정해진 상태에서 이 같은 논의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정 의제를 공론화할 것이냐 갈등조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냐를 구분하고 적합한 해결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전문가가 공론화 운영 조직에 포함돼 있는 게 중요하다.

    ◇공론조사는 수많은 공론기법 중 하나일 뿐= 앞서 추진된 공론화는 대부분 공론조사 기법을 채택했지만 ‘공론화=공론조사’는 아니다. 공론조사는 공론화의 수많은 기법 중 하나로 이외에 시나리오 워크숍·시민배심원제·시민패널·합의회의·규제협상·숙의 매핑·타운홀 미팅·구조화된 의사결정 워크숍 등 다양하다. 지역 의제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적합한 기법을 선택하고 적용하는 것도 공론화작업에서 중요하다. 채 박사는 “공론화를 공론조사로만 하는 것은 공론화에 대한 오해 중 하나다. 수많은 방법이 있고 여러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의제별 더 효율적 숙의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제도 기반 마련, 꾸준한 교육으로 공론화 문화 조성해야= 공론화 작업을 ‘한 번 하는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법·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교육을 통해 공무원과 시민의 인식 개선, 숙의와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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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의형 절차를 운영할 공무원과 참여할 시민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공론화작업을 기획, 운영하는 역량을 키우고 시민은 어떻게 지역사회 일에 개입할지, 주제를 놓고 숙의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과정에 공무원과 시민간, 시민간 크고 작은 정책결정을 놓고 열린 대화를 시도해 공론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기존 훈령이나 조례 등을 근거로 운영된 공론화의 한계를 보완하려면 관련법을 만들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객관성, 전문성, 독립성을 확보한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에서 공론화를 열심히 시도하고 있는데 법적, 예산적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며 “공론화를 할 수 있는 근거와 예산 확보를 위해 기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 내 관련 조직이 있다면 전 부서를 총괄하고 소통이 가능한 부서가 맡아 중립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중립성, 전문성을 갖춘 전담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공론화작업을 지원할 중앙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관련법이 마련되면 한국의 특성과 상황, 시민들의 요구에 걸맞은 공론화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민선 7기 들어 지역 차원의 주민참여형 정책결정방식 활용 의지 표명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론적, 실천적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며 “적합한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의 선진 사례에서 봤듯이 공론화를 성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공론화를 대하는 진정성과 자발성, 충분한 정보제공과 숙의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한 시민의 합의로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정책이나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중요한 정책결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자체가 부담스러운 정책 결정의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다거나 갈등 국면에 빠진 사업을 빨리 추진하기 위한 지름길로 공론화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채종헌 박사는 “지역에서 공론화를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이 공론화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공통적 사례는 거창한 것이 아닌 공차는 것, 도서모임 같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더욱 잘 작동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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