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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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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리얼돌, 왜 문제가 될까?- 김유순(㈔경남여성회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19-11-27 2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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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달려가니 먼저 와있던 여중생 아이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다. ‘갑자기 뛰어와서 놀랐지?’ 말을 걸며 민망했을 마음을 도닥여줬다.

    ‘밤늦게 혼자 택시를 타는 게 겁나고, 엘리베이터 타기 위해 성급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에 불안감을 갖고, 좁은 골목길 낯선 이의 모습과 마주침에도 위협을 느끼는’ 이러한 일상의 불안은 여성들에게 늘 있어 왔다. 하지만 한 번도 여성의 입장이 되어본 적 없는 남성이 이러한 불안감을 뭐라 말할까. 얼마 전,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국감장에 리얼돌을 대동하고 나타나 리얼돌 시장 규모의 성장을 주장하면서 산업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공분을 자아냈다.

    왜 많은 사람들은 리얼돌 등장에 이다지도 왈가왈부(曰可曰否) 하는 것일까? 리얼돌은 여성의 ‘전신’을 그대로 본뜬, 사람의 형상을 한 130㎝ 크기로 여성의 신체에 성적인 기능을 최적화해 장착하고, 사람의 체온과 피부를 갖고 있다. 리얼돌을 개인의 욕구해소를 위한 사적인 영역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과연 리얼돌을 실제 여성과 분리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리얼돌의 형상이 현재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때론 내가 현실에서 가지지 못한 연예인의 모습을 할 수 있고, 내 아이의 모습을 할 수도, 가족의 모습으로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에 예견된 폭력으로 느껴진다. 또 사람과 비슷한 리얼돌은 여성을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한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로 이어질 것이다. 아동청소년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리얼돌’에는 나이가 없다는 점에서, 실제 크기가 아동청소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아동청소년을 성적 자위도구로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법으로 단순히 아동청소년과 유사한 ‘리얼돌’ 제작과 이용에 대한 규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리얼돌’이 여성과 아동의 신체를 착취하는 성산업을 확대, 조장하는 데 기여할 것임이 분명하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유순(㈔경남여성회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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