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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포 세대’가 늘고 있다고요?- 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 기사입력 : 2019-11-26 2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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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은 가족 간, 이웃 간 나눔의 정신과 연대감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해 온 우리 고유의 문화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2013년 12월 제8차 유네스코 문화유산 심사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정식 명칭은 ‘김장-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Public of Korea)‘이다.

    그러나 김장철이 본격화되었음에도 무·배추 소비가 위축돼 되레 농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는 파종기부터 계속된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작황부진, 출하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에 대해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한몫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방송 매체에서는 배추가 금추라 하며 차라리 슈퍼에서 사먹는 게 경제적이다는 멘트를 여과 없이 송출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장 몇 포기를 하는 것과 김치를 사먹을 때의 비용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방송으로 내보내며, 나 같아도 사먹겠다는 아나운서 멘트를 보면서 과연 언론이 이래도 되는지 무감각한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추에 김장을 망설인다거나, 포기하는 김포 세대(김장을 포기하는 가정)가 증가하고 있다. 김장 비용 전년보다 크게 올라, 그칠 줄 모르고 금추 가격 고공행진” 등 언론마다 앞다퉈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놓고 있다.

    김장용 무·배추는 최근 가락시장에서 10㎏ 상품이 8000~9000원 정도에서 거래된다.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생산 물량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농업인의 실질 수입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몇 년 동안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수확도 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사례를 되풀이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금에 와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3000∼4000원 하는 커피 한 잔 가격에 못 미치는 현실을 두고 폭등, 금배추란 말로 여론을 호도해선 안 된다.

    만약 언론 보도대로 김장을 하지 않는 세대가 계속 증가한다면 그에 따른 고추, 마늘, 생강 등 양념 채소류의 농산물 가격 하락 폭도 심화될 것이고, 김장 부재료인 젓갈류를 취급하는 업소 등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견된다. 그뿐이겠는가? 값싼 중국산 김치의 공급량 증가로 한국 김치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장이 차지하는 무형의 가치와 부가 농수산물의 수급 안정에 미치는 점을 감안하여 언론은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고,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우리 농업의 어려운 현실과 나눔 문화의 확산이란 점에서 힘들지만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나눔 문화의 전통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내가 먹는 김장은 내 손으로 한다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범국민적 김장하기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독려하여 무·배추의 소비 촉진을 견인할 수 있는 언론 보도와 운동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성규(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진주사무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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