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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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인도네시아 발리

세상 삼킬 듯, 온몸 불태우며 바다로 사라진다
그 해, 가장 아름다웠던 너

  • 기사입력 : 2019-11-20 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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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다. 여행 준비 과정은 복잡하고 때로는 성가시지만, 여정은 많은 변수로 예측불허지만 여행의 시작은 멋진 사진 한 장과 거기에 혹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올해 떠난 여행도 역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인스타 피드 속 푸름이 빼곡하게 들어찬 정글과 인공적인 건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라탄으로 꾸며진 공간, 거기에 시선을 떼지 못한 나. 그렇게 발리 여행이 시작됐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 ‘자연친화적인 휴식’.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연과 여유를 눈과 귀와 마음으로 잔뜩 느끼고 오리라 다짐하고 비행기 티켓, 숙소 예약, 일정짜기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자연을 느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데, 내가 자연을 너무 평화롭게만 생각한걸까. 여행 전날 태풍 ‘링링’이 북상했다. 링링의 위력으로 결국 비행기 편은 취소됐고 자연에게 ‘힐링’만을 기댔던 나는 여행 시작도 전에 자연의 쓴맛부터 봤다. 다행히 더 좋은 가격에 직항 비행기 편을 구해 원했던 날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남쪽 짐바란·스미냑은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선셋이나 비치클럽, 서핑 등이 유명하다. 북쪽 우붓은 정글과 계단식 논밭이 유명하고 다양한 사원과 포토 스팟이 있는 동부투어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발리 스미냑비치의 일몰. 수평선 너머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드는 풍경이 아름답다.
    발리 스미냑비치의 일몰. 수평선 너머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드는 풍경이 아름답다.
    비치클럽이 유명한 ‘짱구비치’.
    비치클럽이 유명한 ‘짱구비치’.

    이번 여행은 남쪽 짐바란·스미냑에서 시작해 북쪽 우붓으로 가는 일정으로 선택했다. 짐바란을 선택한 사진 한 컷은 작은 동굴 안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일몰을 담는 사진이었다. 그러나 평화로운 해변가를 상상한 것과 달리 짐바란으로 가는 길은 험난한 길과 절벽, 끝없는 바다뿐이었다. 힘들게 도착한 포토 스팟은 숨겨진 작은 비치여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갔더니 이미 선셋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한가득이었다. 사진을 포기해야 할까, 망설이는 사이 해가 지기 시작했고 수평선 너머 하늘은 푸른색에서 붉은빛으로, 또 보랏빛으로 점점 뒤섞여 물들어 갔다.

    이 황홀한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건 꼭 사진으로 담아야 한다고 결심한 순간,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수많은 외국인 사이에서 당당하게 눈치싸움에 성공했고 멋진 사진을 남겼다.

    짐바란 해변 동굴 안에서 찍은 일몰.
    짐바란 해변 동굴 안에서 찍은 일몰.

    발리 해변에서 본 해는 유독 컸다. 바다 아래로 점점 사라지는 순간에도 세상을 다 삼킬 듯이 온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다음날 간 곳은 우붓에 있는 카르사스파. 휴양지에서 마사지와 스파가 빠질 수 없다. 발리에서도 가성비 좋은 스파로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여행 한 달 전에 예약했는데도 원하는 날짜는 예약이 다 차 있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여행코스였기 때문에 빈 날짜에 겨우 예약을 마치고 일정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이 스파에서 가장 유명한 코스는 야외 공간에서 1시간 딥마사지를 받고 30분가량 플라워배스(따뜻한 물과 꽃잎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를 하는 것.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마련된 공간으로 안내를 받고 내가 선택한 레몬그라스향이 나는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사가 팔꿈치로 등을 골고루 눌러 미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아팠지만 그간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하느라 뭉쳤던 어깨와 등이 금방 시원하게 풀렸다.

    역시 ‘동남아 여행=마사지’라는 등식은 진리다. 이날을 위해 힘들게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사지가 끝나면 플라워배스 시간. 따뜻한 물과 꽃잎이 가득 담긴 커다란 욕조에서 30분가량 앉아 피로를 푼다. 이때는 과일과 차도 제공된다. 지붕이 반쯤 덮인 야외공간이라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주변의 새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향긋한 꽃잎이 살에 닿는 느낌도 참 좋았다.

    다음 일정은 바가지로 악명 높은 우붓시장. 발리에서 꼭 사야 하는 라탄백 등 라탄소품, 나무로 만든 제품, 드림캐처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지만 미리 가격을 생각해두고 가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쉬운 곳이다. 마음에 드는 라탄가방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역시나 내 예상 가격의 두 배를 부른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적당히 거절도 하고 흥정도 하고 여러 가게에 발품을 팔았더니 갖고싶던 라탄가방 하나 가격에 두 개나 살 수 있었다. 안 사고 가면 화내는 상인도 있다는 후기에 잔뜩 겁먹고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착하고 친절했고 나름 흥정도 잘돼 원하는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우붓의 숙소. 여행 동안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꿈꾼 나의 계획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우거진 정글 속에 단독으로 자리 잡은 숙소, 지붕 기둥만으로 이뤄져 집 전체가 야외로 뚫려있다. 정글 속 오두막 같은 공간, 자연 속에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야자수, 라탄소품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인상적이었던 우붓의 숙소.
    야자수, 라탄소품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인상적이었던 우붓의 숙소.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정말 육성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거진 정글 안에 숨겨진 듯한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집과 자연의 경계가 없는 공간이 펼쳐졌다. 거실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눈앞에 그대로 빼곡한 야자수들이 펼쳐지고 시원한 폭포 소리도 들렸다.

    해변의 노을과 달리 정글에서 지는 노을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토록 푸르던 야자수 잎들이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데 야자수와 나무들이 빼곡한 만큼 빼곡하게 물들어가는 황금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발리 대표 맥주인 레몬빈땅을 마시던 그 순간의 행복함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발리의 대표 맥주 ‘레몬 빈땅’.
    발리의 대표 맥주 ‘레몬 빈땅’.

    이 숙소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발리스윙을 원 없이 탈 수 있다는 점. 발리스윙은 최근 발리 여행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포토스팟으로 인스타 등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타고 인생사진도 건질 수 있다는 장점은 이 숙소를 고른 가장 큰 이유였다.

    인생샷을 건지는 건 좋은데 문제는 밧줄 하나 허리에 감는 게 안전장치의 전부라는 것. 처음에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무서웠는데 몇 번 타다 보니 요령이 생겼고 앞에 펼쳐진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연 그대로의 푸른 정글은 훅 가까워지다가도 이내 멀어졌고 나는 온몸을 정글에 내던지듯 그렇게 발리스윙을 즐겼다. 숙소 있는 내내 마음껏 탔고, 당연히 인생샷도 건졌다.

    그네 타며 풍경 즐길 수 있는 ‘발리스윙’.
    그네 타며 풍경 즐길 수 있는 ‘발리스윙’.

    발리는 워낙 길이 좁고 험해서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투어택시나 스쿠터로 이동한다. 스쿠터를 꼭 한번 타 보자 하고 결심했지만 막상 무서워서 친구가 운전하고 나는 뒤에 탔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무서웠지만 스쿠터가 아니었다면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 끝없이 펼쳐진 푸른 논과 아기자기한 현지인들이 사는 집은 보지 못했으리라. 스쿠터가 달리는 동안 진동하던 자스민꽃 향기도 생생하다.

    마지막 일정으로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스미냑비치로 향했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선셋을 보기 위해 향한 곳. 밀려들어 온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공간이 넓고 얕아 잔잔하게 남은 물 위로 하늘이 투영된다. 발리의 우유니 사막이라고나 할까.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고 해변을 걸을 땐 하늘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착각마저 느꼈다.

    스미냑비치에서는 구운 옥수수를 꼭 먹어보길. 특별할 것 없는 노란 옥수수에 버터를 발라 구운 평범한 음식인데도 유독 부드럽고 고소하다.

    휴양이 간절하면서도 심심하지 않게 적당한 관광도 원하는 사람에게 발리여행을 추천한다. 자연에 푹 묻혀 휴식을 하면서도 시장, 사원 등서 관광을 할 수 있고 남북 양 끝을 오가며 바다와 정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특히 꽉 막힌 사무실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오가는 계절의 변화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든 사람이라면 당장 발리행 티켓을 끊어도 좋다. 대신 5월까지는 우기니 참고하시길!

    △ 김세희△ 1985년 마산 출생△ 대구보건대학 졸업△ 마산하나병원 근무

    △ 김세희

    △ 1985년 마산 출생

    △ 대구보건대학 졸업

    △ 마산하나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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