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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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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12) - 더하다, 이루다, 무덤, 재주, 모

  • 기사입력 : 2019-11-19 07: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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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37,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7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조각’이 이어서 나옵니다. 이 말은 앞에서도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서 눈에 익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장-절’, ‘대단원-소단원’을 쓰는데 여기서 보는 것과 같이 ‘가름-조각’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거듭 말씀을 드립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배워 오고 가르쳐 줌’이 참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수용과 전파’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배워 오고 가르쳐 줌’이라고 하니 얼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나오는 ‘배워 들이고’도 비슷한 말입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나오는 ‘우리의 정신을 더하여 찬란한 민족 문화를 이루었다’에서 ‘더하여’는 우리가 흔히 보는 ‘가미하여’를 쉽게 풀어 쓴 말이고 ‘이루었다’도 ‘형성하였다’는 말을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옛 무덤’은 ‘고분’을 쉽게 풀어 쓴 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무덤’은 ‘묻다’의 ‘묻’에 ‘엄’을 더한 ‘묻엄’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말입니다. 요즘은 ‘무덤’이 ‘대중말’이라 쓰는 사람이 없지만 김구 선생님 아내이신 최준례 님의 무덤 앞에 세운 돌에 이 ‘묻엄’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는 찍그림(사진)이 있기도 합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고구려 사람들의 뛰어난 재주를 엿볼 수 있다’에서 ‘고구려 사람들’은 ‘고구려인’을 쉽게 풀어 쓴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재주’는 ‘우수한 기술’을 쉽게 풀어 쓴 말이며 열다섯째 줄의 ‘다 없어지고’, 열여섯째 줄의 ‘건너가서 지어 준’과 같은 말도 토박이말을 잘 살린 쉬운 말입니다.

    37쪽 마지막 줄과 38쪽 첫째 줄에 걸쳐 나오는 ‘우리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이 옛날 배움책이 ‘우리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라는 말처럼 느껴져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아비지의 손을 빌어 쌓았다’는 말과 여섯째 줄에 있는 ‘굳게 쌓은 품으로 보아도’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쉬운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있는 ‘한 모를 짐작할 만하다’에서 ‘모’는 우리가 흔히 쓰는 ‘면’을 갈음한 쉬운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톺아보는 까닭을 아시는 분들은 저와 생각이 같으실 것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에 어울리는 이런 말을 알게 되니 저는 이 일을 할 때마다 옛날 배움책을 더욱 값지게 여기게 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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